좋은 음악을 듣고 있으면 감정을 표현하는 인간의 언어가 얼마나 무딘지 새삼 깨닫는다. 감정을 언어로 표현하는건 어쩌면 본질을 왜곡하거나 한정짓는 우를 범하는 것일 수도 있다. 그런데 음악은 느낌의 무한한 가능성을 열어둔 채 감정을 표현한다. 마치 우주같다고나 할까. 어느 광고에서 제품을 만든 사장이 외친 말이 생각난다. '좋은데 뭐라고 말로 표현할 수가 없네.'
특히 클래식 음악을 듣고 있으면 인간이 가진 뇌의 모든 기능을 총출동시켜 논리적인 흐름을 따라가면서도 복잡 미묘한 감정들이 교묘하게 교차된다. 어쩌면 우리가 익숙하게 당연시해 왔던 이원화된 분류는 틀린 것인지도 모른다. 이성과 감성은 사실 단계의 차이가 있을 뿐 하나일지도 모른다. 좌뇌와 우뇌는 얼마나 유기적으로 작용할까?
친구가 보내준 아라우의 베토벤 소타나 연주를 듣고 있자니 먼지 쌓여있던 피아노 뚜껑을 열고 싶은 충동이 생긴다. 30년이 훨씬 넘은 베토벤 소타나 악보를 다시 찾아보고 싶은... 그 친구의 표현대로 아라우의 '절제된 열정'은 평범한 인간의 '다양한 열정'을 매우 차분하게 끌어내는 힘이 있나보다. 참 논리적이고 이성적이고 정직한데 복잡하고 감정적이며 은유적이다. 이것이 공존할 수 있는 음악의 힘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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