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동물을 함부로 대할 수 있는 권리 혹은 특권의 근원이 도대체 어디에 있는지 궁금하다. (인간 사회에서 이루어지는 약육강식을 부도적하고 비인간적인 것이라고 우리는 배우고 가르치지 않는가? 우리보다 약한 사람들을 배려하고 존중하고 도와줘야 한다고 배우지 않는가? 그런데 그 대상이 인간에 한정된다는 논리가 도대체 어디에서 어떻게 시작된 것인지... 이런 생각을 하다 보면 인간이 정말 이성적이고 도덕적인 존재인지 의문이다.정의론의 존 롤즈도 이에 대한 대답을 회피했다.) 인간이 존중받아 마땅한 존재라는 것에는 동의하지만, 그렇다고 동물을 자원이나 물건처럼 대하는 것에는 결코 동의할 수 없다.
오늘도 어느 트럭이 개를 끌고 달리는 처참한 사진이 공개되었고, 동물사랑실천협회는 트럭 운전기사를 동물학대 혐의로 신고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다 안다. 그래봤자 그 트럭 운전사의 ‘몰랐어요.’ 한 마디면 끝난다는 것을. 운이 좋게 학대 혐의가 인정되어도 돈 50만원 정도면 풀려난다는 것을......심지어 ‘제 개니까 제가 알아서 할게요’라고 하며 그 개에게 어떤 짓을 해도 그 이후에는 알 수 없다. 학대받은 동물을 빼앗기도 힘들다. 동물학대로 경찰 조사까지 받은 인간이 들어가서 누구에게 화풀이를 할까?
어느 개농장. 개들이 처참한 몰골로 학대 받은 흔적이 역력하고 심지어 굶어 죽어가고 있다. 그 앞에는 개들을 살해할 때 쓰는 망치 등 흉기가 가득하다. 가죽과 털까지 널부러져 있다. 어린 강아지들이 보는 앞에서 개들을 목 메달아서 혹은 때려서 죽인 후 솥으로 가져간 듯 정황은 분명하다. 제대로 먹이지도 않아서 뜬 장에 있는 개들의 외형은 처참하기 이를 데 없다. 이에 동물보호협회 대표인 박소연씨는 회원들과 그 개농장을 급습하여 강아지들을 구출(?)하고 개농장주를 동물학대로 신고했다. 그러나 재판 결과 박소연씨는 절도죄, 개농장주는 무죄.
어느 건강원. 살아있는 고양이들이 양파망에 꼼짝달싹 못하고 묶여 있다. 고양이가 관절에 좋다는 속설에 누군가 길고양이들을 포획해 건강원에 팔아 온 것이다. 판 사람이나 산 사람을 모두 처벌해야 하건만, 그들을 처벌할 법적인 근거가 약하단다. 주인 있는 고양이도 아닌데다가 판매자를 잡지 못해서 아직 진위 여부조차 제대로 밝히지 못하고 있단다. 그런 ‘사소한’ 사건에 경찰이나 검찰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다.
경기도 안성에 사는 A는 이웃집 맹견이 시끄럽고 위협적이라는 이유로 자신의 전기톱으로 이웃집 맹견을 잔인하게 살해했다. 이웃집 맹견이 자신의 진돗개를 공격해서 - 나는 싸워서라고 생각하지만 - 다쳤단다. 자신에게도 위해를 가할 가능성이 높단다. 그래서 이웃집 맹견을 ‘찾아가서’ 도망가는 녀석을 전기톱으로 죽였다. 그러나 A는 무죄판결을 받았다.
우리네 법에서 동물은 여전히 인간의 재산의 일부, 물건, 자원으로만 본다. 학대받는 동물을 구출하는 동물보호운동가는 특수 절도를 자행하는 테러리스트가 되어야 한다. 동물을 살처분하는 것이 공공연히 이루어지는 사회, 동물 학대 신고를 하면 오히려 신고하는 사람이 비정상적인 사람 취급을 받는 사회이다. 폭력에 길들여져 웬만한 폭력에는 이미 둔감해져 있는 사회이다.
문득 어느 인디언 추장이 인디언 땅을 짓밟던 백인들에게 했다는 말이 떠오른다. “백인들은 이 땅의 짐승들을 형제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짐승들에게 일어난 일은 얼마 안 가 사람들에게도 일어날 것입니다. 모든 것은 연결되어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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