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고기 식용 반대를 말하면 사람들은 이렇게 대응한다.
'소와 돼지는? 닭과 오리는 먹어도 되고? 왜 개만 안 돼?'
전부가 아니면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다.
어차피 전부 먹지 말자고 할 게 아니면 그런 말 하지 말란다.
그러면서 비난한다. 소, 돼지는 먹으면서 개는 왜 예외여야 하냐고?
일면 논리적으로 보인다.
심지어 자칭 진보적이라고 하는 사람조차도 깊은 사유(思惟)없이
이렇게 보수적인 - 현상을 정당화하려는 - 이야기를 하는 걸 보면
그들이 정말 진보적인 사람이 맞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전부가 아니면 정말 아무 것도 아닌 것일까?
민주주의가 처음부터 전부 이루어졌던가?
개인의 인권 실현이 지금은 전부 완벽하게 이루어지고 있는가?
당신이 계획한 사소한 혹은 원대한 목표는 하루 아침에 전부 이루어졌는가?
조금부터, 일부분이라도, 실천 가능한 일이라도 시작하는 것이 정말 무의미한가?
어떤 것도 전부, 한 순간에 이루어지는 일은 없다.
우리가 지향해야 할 방향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보자는 의미이다.
실현 가능한 것부터 한 번 시작해 보자는 의미이다. 어차피 안 된다고 하지 말고,
우리가 당연하게 생각해 왔던 현상에 대해 진지하게 철학적 논의를 해 보자는 의미이다.
인간만이 생명이고, 기타의 모든 생명은 인간을 위한 수단, 자원으로 보는 것이 과연 타당한지에 대해.
모두 다 채식주의자가 되자는 것도 아닌데, 개식용 이야기만 나오면
문화 상대주의 운운하며 갑자기 전통 문화 옹호론자가 되는 사람들.
인간은 자신이 한 행동을 정당화하면서 방어하려는 기재가 강하다.
생각한대로 사는 것이 아니라 사는대로 생각하는 동물.
이것만 보더라도 인간은 확실히 보수적인 동물이다.
결국 생각한대로 행동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행동대로 생각하는 것이 아닐까?
이제 자신이 살아온 방식에 문제를 제기하면 발끈하기 전에 한 번 생각을 해 보면 어떨까?
누군가 말했다. 진보 운동의 끝은 생명 운동이라고.
가장 약한 미물에도 가치와 의미를 부여하며 존중하는 마음이야 말로
자신의 이해 관계를 초월한 진정한 진보라고.
누가 말했는지 모르지만 그 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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