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켈 총리는 히틀러 정권 80주년이 되는 날 "수백만 명에게 가해진 나치의 끔찍한 범죄와 고통은 결코 끝나지 않았다. 어떤 보상도 이런 사실을 바꿀 수 없다."고 말했다. 독일은 역사 교육에서도 나치의 만행을 소상히 알린다. 더 이상 인류의 역사에서, 독일의 역사에서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고 말하는 것 같다.
이에 반해 일본의 아베 총리는 '침략 행위는 관점에 따라 해석이 다를 수 있다'고 하며 '일본의 애국자'들인 전범들을 추모하는 행사에 참여한다.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일본의 전통 문화라며 간섭하지 말란다. 꼭 이렇게 말하는 것 같다. ‘당한 놈이 잘못이지 뭔 말이 그리 많냐?’
맞다, 당한 우리가 잘못이다. 왜 우리는 유태인들처럼 하지 못했을까? 그들이 지금도 90이 넘은 나치 전범들을 찾아내서 역사에 기록하고 재판정에 세울 때, 왜 우리는 일본의 전범들을 끝까지 찾아내지 않았을까? 그들이 홀로코스트 영화를 만들어 전세계에 큰 감동을 일으킬 때 왜 우리는 위안부 이야기 하나 제대로 만들어내지 못했을까? 그들이 나치의 만행을 전세계에 알리기 위해 각종 재단을 만들어 다양한 활동을 할 때 우리는 왜 아무 것도 하지 못했을까? 안타까운 일이다. 국제 사회에서 유태인이 가지고 있는 위상만으로 설명하기에는 여전히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으리라. 정치적으로 권력 다툼에 별로 이용할 만한 꺼리가 되지 않았던 탓에 정치인들은 외면했고, 학자들은 무지했다. 혹자들은 당시의 정치 권력자들은 다 친일파였고, 학자들 역시 마찬가지라고 할 지 모르겠다. 나치 만행과 유태인 피해 상황 연구에 돈을 대 주는 기관이나 재단이 유태인들에게는 그렇게 많은데, 우리에게 없었던 이유는 우리에게는 친일매판자본밖에 없었기 때문이라고 할 지도 모르겠다. 과연 그랬는지도 의심스럽지만, 그렇게 말한다고 해서 우리의 무책임과 무지를 정당화할 수는 없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내부에서 친일파 색출 작업이 매우 치열하고 엄격하게 이루어지며 친일파 인명 사전까지 만들어졌다는 것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왜 그 잣대를 일본인들에게는 들이대지 못했을까? 국제 사회에서 미국을 등에 업은 일본의 독특한 지위와 남북이 분단된 우리의 상황이 우리의 외교 활동 범위를 위축시켰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떻게 변명을 하더라도 우리는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았다. 지금이라도 위안부 할머니들이 생존해 있고, 일본 학도병으로, 노동자로 끌려갔던 할아버지들이 생존해 있을 때 그들을 육성을 통해 기록하고 알리고 국제적 차원에서 일본을 압박해야 한다. 정치든 문화든 경제든 할 수 있는 일이, 해야 할 일이 우리에게는 아직도 많이 남아 있다. 해방 직후에 못했으니 지금이라도 해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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