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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강북은 HOT하고 강남은 COOL할까?

사회선생 2013. 7. 17. 10:36

 

교실 온도마저 ‘강남 쿨 강북 핫’ 

16일 서울신문과 민주당 박홍근 의원실이 서울시교육청에 의뢰해 서울 지역 100개 중학교를 대상으로 교실 실내 온도를 측정한 결과, 지난 10일 오전 12시를 기준으로 이들 조사 대상 학교의 교실 평균 온도는 26.7도로 나타났다. 이날 서울 지역 최고 기온은 26.1도였다. 각 학교 2학년 1반 교실을 기준으로 한 것으로, 일선 학교의 여름철 폭염 현황에 대한 대규모 조사가 이뤄진 것은 처음이다.각 지역 교육청별로는 서초구, 강남구가 속한 강남교육청 산하 9개 중학교의 평균 온도가 26.1도, 송파구, 강동구가 속한 강동교육청의 9개 중학교 평균 온도가 26.0도로 나타나 평균보다 낮았다. 반면 노원구, 도봉구 등을 관할하는 북부교육청의 9개 중학교 교실 온도는 평균 27.8도로 강남, 강동과 2도 가까이 차이 났다. 동부교육청 산하 중학교 평균 온도는 27.6도, 성북교육청 산하 중학교 평균 온도는 26.7도였다.학교별 기온은 각 교실에 비치된 냉방 기기에 따라 달랐다. 에어컨과 선풍기를 함께 가동한 교실의 평균 온도는 26.3도, 에어컨만 가동한 교실의 온도는 26.2도였지만 선풍기만 가동한 학교의 평균 온도는 27.3도로 차이가 있었다.강남구와 서초구, 송파구에 속한 중학교에는 모두 에어컨이 설치돼 있고 강남교육청의 서초중과 언주중, 압구정중, 언북중 등에는 선풍기도 함께 설치돼 있었다. 반면 강북 지역의 노원구, 도봉구, 중랑구, 동대문구 등은 조사 대상 18개교 가운데 44.4%인 8개 학교가 선풍기만을 쓰고 있었다. (서울신문 2013년 7월 17일자 기사 내용 )

 

 

이런 식의 제목과 기사 내용은 오류일 가능성이 높다. 조사 과정의 신뢰도도 의심스럽지만, 주어진 자료의 분석에서도 인과 관계의 오류와 지나친 일반화의 오류가 나타나고 있다. 이것이 우연일까, 의도일까? 우수한 강남과 열등한 강북을 일단 전제하고 자료를 그에 맞추어 분석한 것은 아닐까?  

 첫째, 만일 기사 내용대로 각 학교별로 교실 온도 차이가 나타났다면 이는 교사들이 ‘임의로’ 측정해서, 실제보다 ‘높은 온도’로 보고했을 가능성이 높다. 정부의 ‘전기 에너지 절약 정책’ 에 부응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다. 혹시 학교가 정부의 시책에 부응하지 않는다고 불이익을 받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대충’ 조사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둘째, 실제로 온도 차이가 나타났다고 하더라도 이는 기기의 차이로 인한 것이 아니라 학교의 분위기에 의한 것일 수 있다. 정부 시책에 부응하려는 교장의 영향력이 큰 학교와 그렇지 않은 학교 - 학생들의 요구를 더 민감하게 반영하는 - 의 차이일 수 있다.

 또한 조사한 날의 기온이 26.1도였다는 사실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현재 시행되고 있는 전기 에너지 절약에 동참하기 위해서 기온이 26.1도인 날이면 에어컨을 켜지 않는 것이 옳다. 그런 날에 에어컨과 선풍기까지 틀었으면 이것이 비난받아야 할 만한 행태 아닌가? 기사 내용에 의하면 평균 온도가 낮은 것은 에어컨과 선풍기를 같이 틀었기 때문이니까...(이 역시 사실이 아니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되지만.)

 기사의 결론대로 ‘강남은 시설이 훌륭한데 강북은 열악해. 강남은 에어컨에 선풍기까지 있는데, 강북은 에어컨만 있기 때문이야’ 라는 주먹구구식 결론이라면 ‘전기 에너지 절약에 적극 동참하는 강북과 그렇지 않은 강남’이 결론이 될 수도 있지 않은가? 마치 고교 입학생의 성적은 비교하지도 않은 채 ‘강남은 서울대에 많이 보내는데 강북은 하나도 못 보내. 공부를 못 시키는 강북의 고등학교’라고 결론을 내리는 것과 같다.

 다양한 인과 관계의 분석은 배제한 채 ‘훌륭한 강남과 열악한 강북’으로 일반화하는 것은 그렇다고 믿고 싶은 의도가 아니었을지... 강남, 강북을 비교하는 기사가 TV뉴스의 시청률과 신문의 구독률을 높일 수 있을지는 모르겠으나 정확한 분석도 하지 않은 채, 일단 ‘자극시켜 이슈화하자’고 덤비는 보도 행태는 바람직하지 않다. 제목도 요즈음의 인터넷 신문 기사 내용만큼이나 자극적이다. ‘교실 온도마저 강남 쿨 강북 핫’ 이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