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보고 싶지, 식군데...

사회선생 2020. 3. 1. 16:04

엄마가 병원에 입원 중이다. 벌써 두 주가 지났다. 팔과 다리 골절로 수술을 했고, 입원 후부터 지금까지 - 앞으로 두 달 정도는 더 - 움직이지 못하기 때문에 침대에서 꼼짝 못 하는 생활을 하고 있다. 엄마는 침대에서 내려올 수 없는 상태이기 때문에 힘들고 지루해서 어쩔 줄 몰라한다. 예민해지고, 신경질도 늘었고, 기억력이나 판단력도 약해졌다. 시간과 공간에 대한 인식도 순간순간 겁날 정도로 사라진다. 병원에서는 섬망때문에 그렇단다.

문득 해리와 토리가 곁에 있으면 좀 나을 수도 있는데... 그런 생각이 들었다. 키우는 사람들만 아는 개들이 주는 편안함과 위안이 있다. 자식도 남편도 손주도 보고 싶지 않냐고 물어보면 아주 단호하게 보고 싶지 않다고 하는 엄마이다. 그런 엄마에게 물었다. "엄마, 토리 해리 보고 싶지?" 그런데 엄마가 바로 대답을 한다. "그럼,식군데..."  

토리와 해리는 엄마에게도 가장 편안한 식구였던게다. 자식도 남편도 늘 끊임없이 챙겨야 하는 짐같은 존재라면 토리와 해리는 그냥 아무 말도, 불평도, 잔소리도, 기대도 없이 그냥 엄마를 좋아해주는 식구였던거다. 토리와 해리도 그럴까? 그럴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러니까 빨리 나아서 와야지. 절대 침상에서 혼자 내려오려고 하면 안 되고, 힘들어도 조금만 참고 기다려요." 코로나때문에 보호자와도 격리된 채 은평 성모병원에서 혼자 감금 아닌 감금 입원을 하고 있는 엄마에게 전화로 할 수 있는 말은 그것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