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자료

의원내각제와 대통령제

사회선생 2013. 7. 10. 10:46

고위 공직자에 대한 의회의 탄핵이라는 제도를 헌법에 채택하고 있으면서도 그것이 의회가 인민주권의 수임기관으로서 고유하게 지니는 재판권임을 이해하지 못한 탓에, 이를테면 2008년 수능시험 정치 ⑨번 문제처럼 어처구니없을 정도로 잘못된 문제가 출제되기도 하는 실정이다. 이에 관해서는 『프레시안』 기고를 (이에 관해서는 「고등학생들은 대충 가르쳐도 되는가」, 『프레시안』, 2008. 11. 27 을 보라.) 통해 한번 언급했지만, 여기서 다시 한 번 요지를 설명한다. 아래 <그림8>을 보자. 출제자의 의도는 A는 대통령제고 B는 의원내각제라는 것이다. 그리고 각료 임명에 대한 의회의 동의는 대통령제의 일이므로 ②가 정답이고, 내각제의 의회는 수상을 탄핵할 수 없으므로 ③은 정답이 될 수 없다고 봤다.

 

그러나 이 문제는 질문에서부터 보기에 이르기까지 영국 의회에 관해 여러 가지 오해에 기초하고 있다. 둘만 간략하게 언급한다. 우선 영국 수상은 의회에서 선출되지 않는다. 수상은 선거일 밤 개표결과가 나오면 다수당의 당수를 국왕이 불러서 조각(組閣)을 의뢰하는 형식을 빌려서 임명한다. 물론 "사실상" 의회가 선출한다고 말하는 것은 완전히 무방하다. 하지만 "사실상"으로 말하자면 의원내각제의 수상은 인민이 선출한다고 해도 완전히 무방하다. 의회 다수당이라는 것이 인민의 선거에 의해서 결정되기 때문이다. 이 문제가 전제로 삼고 있는 식으로 억지 구분을 고수하기로 하면, 미국 대통령도 국민이 아니라 선거인단이 선출한다고 말해야 맞는 것이다. 여기서 동원되고 있는 "국민이 선출한다"와 "의회가 선출한다"의 구분은 조잡한 정도를 한참 지나서 잘못이라고 말해야 할 지경으로 깊게 들어가 있다.

 

다음으로 영국의회는 수상을 탄핵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국왕을 재판해서 처형할 수도 있다. 이것이 19세기 초나 17세기에 마지막으로 실행되었다고 해서 지금은 불신임권으로 대체되었다고 본다는 것은 단지 무지한 자의 껍데기 변명에 불과하다. 그런 식으로 말한다면 불신임투표(vote of no confidence)도 실제로는 거의 실행되지 않기 때문이다. 내각이 중점을 두고 추진하는 법안이 의회에서 부결되면 그것을 불신임으로 간주하는 것이지, 실제로 야당이 불신임안을 내서 통과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내각이 추진하는 정책이 마땅히 의회를 통과해야 하는데, 부결된다는 것은 곧 지난번 선거로 확인된 다수파 동맹이 사실상 무너졌다는 뜻이기 때문에 선거를 다시해서 다수파 동맹의 소재를 다시 찾게 되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수상이 탄핵받을 짓을 저질렀다면 실제 탄핵까지 가기 전에 물러나게 되며, 그렇기 때문에 애당초 공직자들이 탄핵받을 만한 짓을 스스로 알아서 조심할 뿐이다. 이것을 가지고 탄핵권이 없다고 말한다는 것은 근본적으로 의회가 주권을 수임한 기관임을 전혀 간파하지 못한 데서 비롯된 착오인 것이다. 더구나 실례를 가지고 말해야 한다면, 미국의 경우 하원에서 탄핵소추를 당한 사례는 몇 있지만 상원에서 탄핵결정을 받은 대통령은 한 명도 없다. 닉슨도 탄핵결정이 날 것으로 보이자 그 전에 미리 사임했던 것이다.

 

프레시안의 ‘의회가 재판정이 돼야 한다’는 기사 내용 중 일부 /박동천 전북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