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가 보고 싶은 여행지들이 몇몇 있다. 그 중의 하나가 요르단의 페트라이다. 영화 인디애나 존스에서 보았던 장면도 지금까지 기억나지만, 가끔 여행 프로그램에서 보여주는 페트라의 모습은 경이로움 그 자체이다. 척박함과 결핍이 얼마나 인간을 창의적이며 멋진 창조자로 만드는지 보여주는지! 나는 창의력이 척박함과 결핍에서 나오는 것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우리는 창의력 교육을 해야 한다고 말한다. 창의력은 새롭게 현상을 보는 것, 새롭게 만들어 내는 것 등 새로움을 내포하고 있는 개념이다. 그런데 새로움은 결핍에서 나온다. "아, 이게 아쉬워." "아, 이렇게 하면 더 좋을거 같애." "왜, 이렇게는 안 되지?"
암기만 강조하는, 학생들을 백과사전으로 만들려고 하는 교육도 창의력 신장에 도움이 될 수는 있다. 신이 아닌 이상, 무에서 유를 창조할 수는 없으므로. 하지만 백과사전만으로는 창의력이 발현되지 않는다. 창의력은 지식이 아니라 일종의 기술(?)이므로 그 기술이 발현될 만한 상황을 만들어줘야 한다. 암기 이상의 고차원적 사고력이다.
우리네 학생들에게 창의력을 신장시켜야 한다고 말하면서 우리는 창의력 신장을 위한 교육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예술 뿐만 아니라 우리네 모든 일상 생활의 영역에서 창의력은 필요하다. '긍정적인 새로움'인 창의력을 신장시킬 수 있는 기회를 우리는 어떻게 만들어줘야 할까. 나는 가끔 훨씬 창의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는 학생들을 우리가 표준화시키고 있는건 아닌지 우려된다. 페트라를 만들 수도 있는 아이들에게 똑같이 생긴 아파트만을 짓게 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 때가 많다.
창의력은 교사가 가르칠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한다. 지식의 영역은 아니지만 창의력을 신장시키는 교육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또 누군가는 창의력은 평가할 수 없다고 한다. 정량 평가는 불가능하겠지만 특정 결과물을 통해 정성 평가는 충분히 가능하다. 어렵고 힘들다고 우리가 손을 놓고 있는 것은 아닌지, 그래서 학교 생활을 재미없게 만들고 있는 것은 아닌지... 너무 많이 달라진 아이들을 보면서 별로 달라지지 않는 내 모습을, 페트라의 경이로움이 깨워준다. 우리의 학생들이 수 천 년전 페트라를 지은 사람들보다 훨씬 많은 공부를 하고 있을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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