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생활기록부가 인생 최종 기록부가 될 것 같은 학생일수록 생활기록부가 엉망이다. 성적은 바닥이고, 출결도 좋지 않다. 무단 지각, 무단 결석, 무단 조퇴 등. 여기에서 무단이라 함은 '특별한 사유 없이 자기 기분에 따라'의 뜻이다. 불성실, 무절제 등으로 학생을 표현할 수 있다. 어디 취직이라도 할 때에 생기부 떼어 오라고 하면 어떻게 할 지 담임으로서 별별 걱정이 다 되건만 정작 학생은 아무 관심이 없다.
해마다 수능이 끝나면 특별 프로그램으로 운영하다가 12월 수능 성적표를 받은 이후에는 학생들을 등교시키지 않고 개별적으로 학생들을 불러 정시 면담만 해 왔다. 정상적인 교육 과정 운영이 아닌줄 알면서도 교육청과 교육부가 묵인했다. 그런데 올 해에는 등교 시키라고 명이 내려왔나보다. 숙명여고 사태가 엄한 곳으로 불똥이 튀고 있다. 지금 기말 고사 기간 중에도 1교시에 들어가 보면 열 명씩 안 와 있는데, 학생들이 정상적으로 등교를 할 지 걱정스럽다.
학기가 끝나지 않았으니 학교에 나오는 것이 마땅하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입시 제도는 학사 일정에 맞춰져 있지 않기 때문에 수능이 끝나기 전에 학사 일정은 다 끝나고, 수능 이후에는 특별한 프로그램이 아니면 수업을 하기 힘든 분위기이다. 학생들이 졸업생 모드로 전환되어 학교에 제대로 나오지 않는다. 기말고사조차도 의무감에 그냥 찍고 자는 학생들이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 미루어 짐작컨대 올 해에는 개근상을 받을 학생이 거의 없을거다. 그 동안 성실하게 학교 생활 했던 학생들조차 수능이 끝나면 졸업생 모드로 완벽하게 전환되기때문이다.
회식자리에서 고3 담임들이 출결 관리 힘들다고 징징거리자 교장선생님이 말씀하신다. 출결이 얼마나 중요한지 학생들에게 교육을 하라고. 다들 어안이 벙벙했다. 교육은 상호 작용이다. 이미 출결을 교육의 대상으로 여기지 않는 학생과 학부모에게 출결 얘기했다가는 인권 역풍 맞기 딱이다. 아프다는데, 컨디션 안 좋다는데, 학원 간다는데, 배울 게 없어서 가기 싫다는데, 개근상 필요없다는데 왜 난리냐고 신경 쓰지 말라고 당당하게 이야기하기 때문이다. 그런 학생들에게 학생들에게 '출결은 중요하다, 성실성의 척도이다, 사회에 나갔을 때에 생기부 기록이 중요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먹히겠는가? 아, 진짜 우리 교장선생님은 담임을 한 번 해 보셔야 하는데. 작년과 올해가 다른데 심지어 15년 전에 담임 시절 생각하면서 이야기하시다니...
제발 입시 일정이라도 학사 일정에 맞춰 모든 3학년 교육 과정이 끝나고 행해지면 좋으련만. 그거 하나 맞춰주기가 이렇게 힘든지 원. 오늘 기말고사 감독을 했다. 시험지 필요없이 답안지만 보고 찍고 자는 학생들이 태반이다. 그런 학생에게 '성실하게 시험 보렴' 해 봤자 뭐 이런 사람이 다 있어 하는 눈빛으로 쓱 쳐다보고 완전 무시하며 그냥 잔다. 그들을 통제할 힘이 교사에게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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