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한 명이 토끼를 키운단다. 귀여워하면서 키우나보다. 그런데 오늘 아침에 토끼에게 물렸나보다. 그 학생은 친구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내가 밥도 줬거든. 그런데 나를 물었어. 주인도 못 알아보는 멍청한 놈이야." 이렇게 말하면서 학생들의 대화에 개입하고 싶었다. "넌 엄마가 밥도 주고 빨래도 해 주고 학교도 보내주고 모든 걸 다 해 주잖아. 그런데 엄마에게 화 내거나 반항하거나 대든 적 한 번도 없어? 엄마도 못 알아보는 멍청이라서 그럴까? "
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은 밥을 주면 주인이고, 그런 주인에게는 어떤 경우에서도 절대 복종해야 한다고 믿는다. 동물보다 잘났다는 인간은 밥보다 더한 생명까지도 기꺼이 주는 엄마에게도 절대 복종하지 못한다. 아니 안 한다. 화도 내고, 상처도 주고, 반항도 하고... 토끼가, 개나 고양이가 주인을 무는 이유는 말을 못 하기 때문이다. 그들에게는 무는 것이 유일하게 싫다는 의사 표현을 하는 방법이다. 그런데 인간은 대부분 왜 싫어하는지를 파악하려고 하지 않고 '주인도 못 알아보는 멍청한 놈'이라고 욕을 하며 더 혼낸다.
우리 토리도 싫다는 표현을 무는 시늉으로 한다. 예를 들어 "토리야 내가 안아도 돼?" 하고 물어봤을때, 좋으면 가만히 앞다리를 들며 안으라고 한다.그런데 싫으면 안으려고 뻗은 내 손을 무는 시늉을 한다. 그런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억지로 안으려고 하면 문다. 물론 세게 물지는 않지만, 나름대로는 싫다는 의사 표현을 하는거다. 왜 어떤 때에는 좋고, 싫은지까지는 나도 알지 못한다. 그냥 토리도 토리의 기분이 있지 않겠는가? 무조건 내가 만지고 싶을 때에 만지게 해 줘야 한다는 생각은 사람에게뿐만 아니라 동물에게도 폭력이 될 수 있다. 싫다고 하면 존중해 줘야 한다. 그리고 더 좋은건 싫다고 하기 전에 그 기분을 알아주면 더욱 좋다.
동물은 인간의 말을 정확히 알아듣지도 못하고, 인간의 말을 정확히 할 줄도 모른다. 인간 역시 동물의 말을 모른다. 동물이 무는 것은 인간으로 따지면 매우 크게 반항하는것일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이유를 찾아보는 것이 좋다. 인간의 반항에도 이유가 있는데, 그보다 훨씬 단순한 동물의 반항에 이유가 없을리 없다. 그 이유를 찾지도 않고 멍청한 놈이라고 하다니. 정말 멍청한 건 동물이 아니라 인간일지 모른다.
토끼에게 물렸다는 학생에게 이야기해 주고 싶다. "토끼가 너를 왜 물었는지 잘 생각해 봐. 아마 토끼는 너에게 무슨 말을 하고 싶었는데 네가 못 알아들으니까 답답하고 기분 나빠서 문 것일수도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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