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개도 주인 닮는다더니 이유가 있네

사회선생 2018. 5. 27. 23:13

사람은 아무리 부정해도 어린 시절 자신과 가장 가까이 있었던 사람을 닮는다. 말투, 습관, 행동 방식 등 아주 사소한 것까지 같이 오래 있었던 사람과 닮는다. 참고로 나는 우리 엄마랑 똑같다. 말투는 말할 것도 없고, 취향이나 습관이나 성격까지도 매우 비슷하다. 

개를 키우는 사람들은 개도 주인 닮는다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정말 그런가 싶겠지만 정말 그렇다. 우리 토리의 경우, 보호소에서 처음 데리고 왔을 때에는 정말 똥꼬발랄한 강아지였다. 누구에게나 가서 쓰담쓰담해 달라고 꼬리치며 애교 부리고.... 그런데 지금은 낯가림 심한 나를 닮은 탓인지, 그런 모습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달라졌다. 나이 들어서 우리 집에 온 토리도 그런데 젖 뗀 후에 우리 집으로 온 해리는 오죽할까.  

둘 다 낯선 사람을 보면 심하게 경계한다. 누군가 쓰다듬으려고 손이라도 뻗으면 학대라도 당한 앤가 싶게 소스라치게 놀라며 도망간다. 낯선 사람이 빤히 쳐다보며 귀엽다고 한 마디라도 하면 큰 소리로 짖어서 가족들을 당황시킨다. "뭐야? 왜 말 걸어? 나 알어? 하지 말고 가던 길 가셔." 

평소 산책할 때에는 사람들이 옆에서 지나가든 말든 관심도 없다. 그냥 자기 갈 길 알아서 잘 간다. 그런데 낯선 사람이 자신에게 손을 뻗는다든지 말을 건다든지 하면 딱 경계 태세에 들어간다. 그래서 집에 손님들을 초대하기가 겁난다. 일단 한 5분은 미친듯이 짖고, 그 이후에도 토리는 내 옆에 찰싹 붙어서 떨어지지 않으려고 하기 때문이다. 잔뜩 긴장해서 내 옆에 찰싹 붙어 옴짝 달싹 움직이기라도 하면 거의 붙은 채로 따라다닌다. 절대 잠도 안 잔다. 개를 귀여워하는 손님들은 토리 앞에서 간식도 내밀고, 귀엽다고 하며 아무리 애교를 부려도 관심없다.   

그래서 손님들이 오면 근처 친정에 개들을 맡긴다. 엄마에게 토리와 해리를 맡기며 토리의 사회성을 걱정하자 엄마가 말한다. "야, 말도 마라. 너 애기 때에는 낯선 사람이 집에 오면 말도 못 하는 애가 내 옷자락 붙잡고 늘어져서 옴짝 달싹 못 하게 하고, 잠깐 부엌에라도 가면 눈에 빤히 보이는데도 그 새를 못 참아 울었어. 정말 힘들게 했다. 토리도 지능은  그 때의 너 비슷하겠지. 너 닮았나보다." 

참 내 개가 사람 닮는다니 우스운데, 토리 보면 맞는 것 같기도 하고... 사회성을 키워줘야 하는데 참 걱정이다. 나도 못 고친 걸 얘들은 고칠 수 있을까 싶기도 하고...훨씬 단순하기 때문에 고치기 쉽다고 개의 행동 교정 전문가들은 말한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자꾸 낯선 환경에 노출 시키며 학습시켜야 하는데 그것이 내게 쉽지않다. 의도적으로 낯선 사람들을 자꾸 접하게 해 주려면 나도 그런 사람들을 불러들여야 하지 않겠는가? 아, 결코 반가운 일이 아니다. "토리야, 해리야 이번 생은 할 수 없다. 너희들을 위해 내가 원치 않는 사람들을 불러들일순 없다. 그렇다고 그걸 고치겠다고 훈련소같은 곳에 보내 스트레스 받게 할 생각도 없다. 그냥 살자. 이렇게...."  결국 사람이 달라지지 않는 한 개도 달라질 수 없다. 내 문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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