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주인을 물어 죽인 개

사회선생 2018. 3. 14. 08:42

밥을 주는 주인을 물어 죽인 개 이야기가 들린다. 개와 사람을 비교하는 것조차 불편해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주인을 물어죽인 개 이야기는 자식이 부모를 죽인 패륜 범죄와 묘하게 교집합이 있다. 어머니나 아버지를 죽인 자식의 경우 정신적 결함을 가진 유전자 문제라기보다는 사회화에 실패하여 부모와의 유대 관계가 무너졌거나 깨졌기 때문에 범죄를 저질렀을 가능성이 훨씬 높다. 표면적으로 재산이나 가정 불화라고 말하지만 근본적으로는 부모와 자식 간에 정서적인 유대감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발현된거다. 

부모 자식 간에 정서적 유대감이 형성되지 않은 이유는 대부분 사회화 과정의 문제이다. 아이가 어릴 때에 적절한 교육 - 자식에 대한 애정은 어느 부모나 다 있다. - 이 행해지지 않은 탓이다. 아무리 폭력성 유전자를 가지고 태어났다고 해도 부모와의 유대감 형성과 적절한 교육이 이루어지면 그런 유전자를 가지고 태어났는지조차 모른채 살다가 간다. 

그렇게 보면 주인을 물어죽인 개 역시 비슷하다. 밥을 주는 주인이 다가갔는데 극도로 흥분한 개가 주인을 물어주였단다. 단언컨대 그 개는 거의 철창에 갇혀 있거나 짧은 목줄에 묶여 평생 그 자리에서 옴짝 달싹 못했을거다. 주인과 유대 관계나 교감같은 건 없을 거고, 어릴 때부터 사람을 자주 만나며 사랑받는 경험을 하게 해 주지도 않았을거고, 산으로 들로 다니며 개들이 좋아하는 냄새 맡기 놀이를 해 본 적도 없을거다. 주인은 그저 밥 줘서 생명 유지하게 해 주는 걸로 주인의 도리를 다 했다고 여겼을 거다. 결국 그렇게 성장한 개는 스트레스와 불안감, 위협감을 공격성으로 풀어내는 것이다. 마치 힘이 세 진 아이가 폭력적으로 부모에게 반항하고 더 나아가 범죄까지 저지르는 것처럼... 

개도 생명이고, 생각을 하고, 정서가 있으며, 감정이 있다. 그에 맞는 교육이 필요하다. 그러면 사람들이 싸움개로 진화시키려고 노력했던, 그래서 공격성이 강하다는 도사견 조차도 절대 함부로 입질하지 않는다. 큰 개들이 맘만 먹으면 사람 죽이는 건 일도 아니다. 그렇다면 큰 개 키우지 말자, 큰 개 입마개 의무화하자가 아니라 큰 개를 제대로 교육시켜서 같이 살게 하자고 가야 하는게 아닌지. (래브라도 리트리버는 대형견이지만 요크셔테리어같은 소형견보다 대체적으로 순하다.)

부모 잘못 만나 고생하는 자식들도 있는 것처럼, 주인 잘못 만나 고생하는 개들도 많다. 전자는 차라리 낫다. 성인이 되면 자유롭게 독립해서 내 삶을 찾으면 되니까...그런데 후자는 방법이 없다. 그냥 그렇게 주인에게는 애물단지로, 대외적으로는 문제견으로 살다가 사고 치고 도살된다. 슬픈 일이다. 

'반려동물' 카테고리의 다른 글

주인도 못 알아보는 멍청이  (0) 2018.05.12
식당집 개와 우리집 토리   (0) 2018.03.21
말을 안 들어요? 말을 하지 말고 들으세요.  (0) 2018.03.05
해리만도 못한 것들  (0) 2018.02.21
해리에게 배우다  (0) 2017.12.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