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보기

부모 노릇을 못하게 할 수도 없고...

사회선생 2018. 4. 23. 23:55

자식들이 얼마나 부모의 영향을 많이 받는지는 한 발짝만 떨어져서 보면 참 잘 보인다. 그런데 당사자인 부모와 자식은 서로 모른다. 부모는 왜 쟤는 우리 안 닮았냐고 하고, 자식은 왜 우리 부모는 저러냐고 한다. 그런데 제3자가 보면 거의 비슷하다.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나는 게 당연한거 아닌가.

학교에서 학부모들을 만날 때면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올 때가 많다. 외모가 닮은 것보다 말투와 행동이 비슷할 때에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난다. 말투나 행동 뿐일까? 식습관을 비롯한 생활습관, 가족관, 애정관, 정치관이나 경제관에 이르기까지 모든 가치 체계에 부모는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 부모를 보면서 자연스럽게 학습되고, 자신의 것으로 체화된다. 심지어 욕하면서도 생각과 행동은 따라간다. 욕하면서 닮는다고 하지 않는가.

버나드 쇼가 그랬다든가.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게 훌륭한 부모되는 일인데, 누구나 할 수 있는게 부모되는 거라고... 하다못해 교사가 되기 위해서도 자격증을 따야 하는데, 부모는 인간에게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치는 교사이건만 자격 조건같은게 없다. 물론 자격같은거 없어도 대부분의 부모는 애정을 바탕으로 최선을 다 해서, 자신의 삶을 다 바쳐 열심히 자녀를 키운다. 그러나 열심히 공부한다고 다 공부 잘 하는 게 아닌 것처럼 열심히 자녀를 키운다고 자녀 교육에 성공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확실한건 부모가 훌륭한 인품을 가진 사람이면 대부분 자녀들도 그렇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거다. 부모가 공부를 잘 했다고 공부를 잘 할 가능성이 높은건 아니지만 인품은 닮을 가능성이 높다. 늘 삶의 일부로 생활 속에서 나타나는 것이기 때문이다. 

요즈음 한진그룹 오너 가족의 갑질이 사회적 이슈다. 이른바 땅콩 회항 사건으로 물의를 일으킨 조양호 회장의 큰 딸 사건이 잊혀지지도 않았는데, 이번에는 둘째 딸이 회사 직원에게 폭언을 하고 물을 끼얹는 폭행을 저질렀다고 한다. 저들은 화려한 배경을 바탕으로 좋은 곳에서 스펙 쌓았을텐데 뭘 배웠지, 어떻게 인성이 저 정도밖에 안 될까 의아해하던 차에 의문점이 풀렸다. 그녀들의 행동 뒤엔 어머니가 있었다. 기사들과 가사 도우미, 회사 직원들의 증언에 의하면 그녀들의 어머니 이명희는 욕설을 늘 입에 달고 다니고 자기 성질대로 일이 안 풀리면 막말은 기본에, 물건을 집어 던지는 폭행도 서슴치 않는 '막돼먹은 명희씨'였나보다. 그런 어머니 아래에서 성장했으니 그 딸들이 뭘 보고 배웠겠는가? 분노 조절 장애를 아랫 사람 부리는 기술 쯤으로 알고 성장하지 않았겠는가?  그래야 말 잘 듣는다고...

재벌가 갑질로 일반화하기에는 너무 천박하고 함량미달의 저질 인격이다. 나는 무능하고 부도덕한 한 가족의 문제인거 같은데, 문제는 그들이 기업의 총수 가족이라는거다. 스티브 잡스처럼 성질이 안 좋으면 기업 경영 능력이라도 좋든지, 그게 아니면 자신들의 노력으로 만든 회사도 아닌데 겸손하게 직원들 존중하는 착한 오너라도 되든지. (알고 보면 국가에서 만들어준 회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듯한데) 이도 저도 하기 힘들면 기업 말아먹기 전에 빨리 손 털고 전문 경영인에게 맡기고 편히들 살지. 왜 스트레스 받으며 저렇게 아랫 사람들에게 성질 부리고 다닐까. 이제 편히 살기도 어려워질 거 같다. 털면 감옥 갈 일 한 두 개 이상 나오지 않겠는가? 하긴 털 것도 없다. 보이는 것만으로도 수사에 들어갈만한게 한 두 개가 아닌가보다. 쯧쯧쯧. 어쩌다가 자식들까지 저지경으로 만들었을까. 그리고 딸들도 그 나이 됐으면 이제 밖에서 보고 좀 배우지 어떻게 자기 어머니와 똑같이 굴까. 자업자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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