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보기

학생들과 남북정상회담을 보면서

사회선생 2018. 4. 27. 10:43

남북정상회담을 하는 날이다. 통일 교육의 차원에서 수업 시간에 남북정상회담을 시청해도 좋다는 권고안이 내려왔단다. 내가 공식적으로 확인한 바는 없어서 알 수 없지만, 어쨌든 9시 30분이 되자 학생들이 TV를 보고 싶다고 햇고, '법과 정치'를 담당하고 있는 교사로서 교육적 의미가 있다고 판단되어 뉴스 시청을 허락했다. 그리고 왜 북한의 김정은은 양복을 입지 않는지, 왜 출국이라고 안 하고 출경이라는 표현을 쓰는지, 왜 정상회담이 의미가 있는지 화면 중간 중간 생각나는 것들을 설명하며 함께 시청했다. 

그런데 학생들의 반응이 참 흥미롭다. 얘들(고3)은 무슨 아이돌을 보는 것처럼 김정은을 본다. 헤어스타일과 표정, 몸짓 등에 매우 큰 관심을 가지고 일거수 일투족에 소리를 지른다. 다이어트 좀 해야 한다는 말부터 귀엽다는 말까지... 내가 그랬다. "김정은이 너희 말 못 듣기에 망정이지. 그런 말을 하면 북한에서는 불경죄로 수용소행이야." 그랬더니 그게 왜 무례한 말이냔다. 아, 진짜 적응안 돼. 나도 이런데 북한 당사자들은 이런 말들을 들으면 어떻게 반응할까?   

학생들을 보면서 남북한의 문화적인 차이는 우리가 상상하기 힘든 수준일거란 생각이 들었다. 같은 언어를 쓰는 단일 민족이라고 같은 문화를 가지고 있다고 착각하면 안 되리라. 어쩌면 단일 민족이 같은 문화를 가지고 있다는 믿음조차도 신화이고 환상일 수 있다. 정치적으로 만들어진. 따지고 보면 우리나라는 5천년의 역사에서 하나의 나라는 이루었던 시기가 그렇지 않은 시기보다 더 짧지 않은가. 그런데 왜 통일에 대한 염원과 환상을 가지고 있을까? 전쟁때문인가. 

우리의 대북 정책의 목표는 통일이 아니라 평화와 공존이 되어야 하는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하나의 국가를 만들겠다고 하는 순간 이는 정치적 사안이 돼 버린다. 정권의 향방이 어디로 가느냐의 문제를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약한 북한은 더 민감하게 나올 수밖에 없다. 통일은 그들에게는 정권의 몰락과 국가의 소멸로 느껴질 가능성이 크므로. 그리고 주변 강대국들이 과연 가만히 있을까 구경만 하면서? 결코 통일은 쉽지 않다.

남북한은 너무 오랫 동안 소모적인, 서로 얻을 게 없는 싸움을 해 왔다. 그리고 다시 쉽게 회복하기 힘든 문화적 차이를 가지고 있다. 싸움의 가치가 없다는 걸 받아들이고, 문화적 차이를 인정하고, 서로 사이 좋게 지내자는 협정, 그리고 자유롭게 왕래하고 거래하는 이웃 국가로만 지낼 수 있으면 그 이상의 통일은 없을 거 같다는 생각이다. 그렇게 지내다보면 통일이 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고. 너무 이상적인 이야기인지 모르겠지만, 친한 이웃 나라 정도로 지내면 어떤가?

북한이 핵을 하루 아침에 포기하기 쉽지 않을거다. 설사 약속했다 한들 그들의 약속을 100프로 믿을 수 없다는 것도 안다. 그들인들 우리를 온전히 믿겠는가? 이게 죄수의 딜레마와 같아서 결국 서로 최선의 이익을 얻기 위해서는 신뢰를 지킬 수밖에 없다. 부디 서로 그걸 알았으면. 그래서 둘 다 최선의 이익을 얻을 수 있는 길로 나갔으면 하는 바램이다.  

데 나는 진짜 통일을 원한다면 통일을 노래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통일을 경계해야 하는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절대로 통일은 남북한이 합의한다고 되지도 않을거고, 된다고 해도 그게 통일이 아닐게다. 정치적으로 통일되면 뭐하나, 이미 서로 다른 문화를 가지고 있는데...

우리의 대북정책은 북한을 인정하고, 상호 간에 불가침 평화협정을 맺고, 자유로운 거래와 왕래가 이루어지는 것이면 족하다. 통일을 이야기하는 순간 북한 정권은 긴장한다. 그들을 긴장하게 할 필요가 없다. 우리에게 별로 이득이 없기 때문이다. 우리의 목표는 평화면 족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