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처럼 생생하다. 드라마 감수성이 메말라 드라마를 안 보게 된지 오래됐지만 노희경의 드라마는 여전히 힘을 가지고 나같은 사람까지 끌어들인다. 그녀의 능력이란! 20여 년 전 그녀는 드라마 '거짓말'에서 어떤 사랑도 사랑은 사랑이라고 말했던 것처럼, '라이브'에서는 어떤 삶도 똑같이 아프고 무겁고 때로는 무섭고 힘들다고 생생하게 이야기했다. 경찰이라는 소재를 이용해서 그녀는 우리네 삶을 이야기했다.
그녀의 드라마가 좋은 이유 하나, 비현실적인 막장이 없다. 무릇 경찰 이야기라면 총알이 피해다니는 근육질의 마초 기질 다분한 남자 영웅이 등장하거나 짱짱한 능력에 화려한 외모를 가진 까칠하지만 사랑스러운 여주인공이 등장하기 마련인데 그녀의 드라마에는 어리바리 그냥 평범한 사람들이, 경찰이라는 직업을 가지고 등장한다. 먹고 살기 위해서 경찰을 선택했지만, 그리고 여전히 경찰이 무엇인지 잘 모르고, 총도 무섭고 취객도 두렵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사람들이 점점 경찰이 되어 간다.
처음에는 이광수가 미스 캐스팅 아닌가 했다. 도무지 진지함이라고는 찾아보기 힘든 캐릭터로 보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리바리 키다리 청년을 진중한 경찰 시보로 만들어가는 과정을 보며 작가가 배우를, 캐릭터를 성장시키는 것처럼 보였다. 사실 우리네 삶 역시 그렇게 맞춰서 살며 성장하지 않는가?
그녀의 드라마가 좋은 이유 둘. 잘난 척 폼재며 가르치려 하지 않는다. 대부분 작가들은 자신의 작품에서 인생은 이렇게 사는거야 가르치려 든다. 유치하게 선악 구도를 나누고 싶어한다. 그게 극을 전개하는 데에 편하니까. 그래서 사랑은 이런거고, 인생은 이렇게 살아야 하는거라고 노골적으로 이야기한다. 그런데 그녀는 가르치기보다는 그냥 표현한다. 느껴서 배우게 하는 것과 가르쳐서 알게 하는 것과는 다르다고 생각하는 나로서는 그녀의 그런 능력이 부럽다. 쩝. 그런 기술은 학생들을 가르칠 때에도 필요하기 때문에...
그녀의 드라마가 좋은 이유 셋. 주연과 조연이 따로 없다.주연과 조연의 차이는 출연 분량의 차이일 뿐, 그들 모두 각자의 삶의 무게에서만큼은 똑같이 느껴진다. 아주 디테일하고 소소한 장치들도로 조연의 삶을 공감하게 그려낸다. 많이 묘사하지는 않아도 조연들, 단역들의 삶 조차도 임팩트 있게, 이웃 이야기처럼 다가온다. 인생이 그렇듯, 모두 각자의 사연과 삶이 있고, 이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돼 삶과 사회를 만들어가는 모습을 참 조화롭게 보여준다.
노희경의 라이브가 18회를 끝으로 종지부를 찍었다. 드라마 끊은 나로서도 그녀의 드라마는 또 기다려질 거 같다. 그녀의 라이브를 보면서 나는 학교 현장도 라이브로 다루면 참 재미있을 거란 생각을 했다. 교육보다 매뉴얼을 강조하는 모습, 어떤 사안이 발생했을 때에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전전긍긍하는 모습, 그리고 결국 가장 최전방에 서 있는 약자들이 가장 큰 책임을 물게 하는 모습 등이 학교같은 조직과도 별반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하긴 학교 조직 뿐일까. 세상의 모든 조직이 다 비슷할 게다. 관리자들이 말하는 성직자 같은 사명감같은 거 없어도 직업 윤리를 지키며 성실하게 월급값 해야 한다고 믿는 성실한 사람들이 그렇게 교사가 되어가며 학교 조직을 지킨다. 라이브에서 홍일지구대 경찰들이 그랬던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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