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무수첩

시간외 근무 수당을 날리다

사회선생 2018. 4. 10. 16:08

3월 초에 담임반 학생들과 면담을 하느라 시간외 근무를 꽤 많이 했다. 7시까지 남아서 학생들과 면담을 1주일하고도 며칠을 더 했으니... 나는 말이 길지 않은 편이고, 웬만한 일은 근무 시간 중에 끝내는 성격인지라 시간외 근무를 많이 하지 않는다. 하지만 연초 학생 면담만은 피할 수 없이 시간외 근무를 하게 된다.

학교에서는 시간외 근무를 하는 사람에 한해서 특별히 저녁 식사를 제공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시간외 근무를 하지 않는 사람이 신청할 경우에는 저녁값을 회수하겠다고 했다. 늘 그래왔던 일이라 사람들은 시간 맞춰 시간외 근무를 하고 저녁값 회수 당할 일을 별로 하지 않는다.

그런데 오늘 나에게 저녁값을 내라고 연락이 왔다. 이상했다. 분명히 시간외 근무 신청을 한꺼번에 했고, 지문 날인도 꼬박꼬박 했기 때문이다. 면담일정표가 남아있어서 내가 시간외 근무를 한 날을 정확히 기억할 수 있었다. 그런데 행정실에 확인해보니 시간외 결제를 사전에 득하지 않았단다. 무슨 말인지 이해되지 않아 나이스에 들어가보니 시간외 결제를 기안해 놓고, 상신 버튼을 안 눌렀나보다. 그냥 임시저장함에 저장돼 있었다. 기계가 거짓말을 할 리는 없으니 나를 의심할 수밖에. 

그래서 행정실 A 담당자는 나에게 내가 분명히 면담을 하느라 시간외 근무를 했고, 출퇴근 날인도 했는데 방법이 없냐고 했더니 사후 결제를 득하면 될 거 같단다. 알겠다고 하고 교무부장에게 문의했더니 해당 날짜에 출퇴근이 날인돼 있으면 가능할 거 같다고 사후 결제를 올리라고 했다. 그런데 결제를 올리던 중 행정실 B 담당자의 연락이 왔다. 3월에 한 것을 4월에 사후 결제하는 건 불가능하단다. 밥값 토해내고 시간외 근무 수당을 포기하라고 했다. 원칙이 그렇다는데 낸들 용빼는 재주가 있나. 알겠다고 하고 끊었다.  

일은 일대로 하고, 시간외 수당도 못 받고, 저녁 식사 값도 현금으로 토해냈다. 얼마가 되는지는 모른다. 하지만 억울했다. 이런 경우에 사후결제를 해 주지 못한다는 건 행정적 편의주의 아닌지. 지문 날인이 습관이 되지 않아서 그거 안 하고 퇴근하는 바람에 토요일에 네 시간씩 근무하고도 날린 일이 몇 번이나 되는지 모른다. 하지만 그거야 제3자 입증이 불가능하니 어쩔 수 없다고 치자. 그런데 시간외 근무를 한 걸 지문 인식기로 입증할 수 있고, 무엇을 했는지도 분명히 알고 있는데도 못해 주겠다는 건 개인적으로 납득하기 힘들다. 아, 진짜 담임만 안 하면 절대 생기지 않을 기분 나쁜 일들이 매일매일 생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