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무수첩

학부모, 개인정보유출로 열폭하다

사회선생 2018. 3. 29. 13:31

얼마 전에 학부모 대표가 학교 측에 학부모 전화 번호를 알려달라고 했나보다. 학교 측에서는 학년 부장에게 이를 알렸고, 학년 부장은 담임 교사들에게 상황을 설명하며, 학부모 대표가 해당 학급의 학부모 전화번호를 알고 싶어한다고, 혹시 동의하는지 확인해서 전달해 달라고 했다.

조회 시간에 들어가서 들은대로 전달했다. 학부모 대표가 너희 부모님에게 알리고 싶은 정보가 있을 경우 보내도 되는지 부모님께 물어보고 동의하면 이 명렬표에 부모님 전화 번호를 써서 내라고. 우리반은 모두 써서 냈다. 모두 쓴 것이 이상해서 정말 확인했냐고 했더니 그렇단다. 자기만 특별한 정보에서 소외될까봐 걱정스러워서 다 썼나보다 생각하고 넘겼다. 

그런데 어제 동료 담임 교사가 한 학부모에게 전화로 격한 항의를 받았다. 당신이 뭔데 내 정보를 다른 사람에게 줘서 그 사람이 카톡으로 나를 부르게 만들었냐는 거였다. 개인정보유출을 한 교사를 가만두지 않겠다는 협박과 교사가 그런 짓을 하면 안 된다는 훈계와, 개인 정보가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아냐는 강의까지, 담임교사는 흥분한 학부모의 전화에 친절하게 응해야 했다. 

남일 같지 않다. 난들, 학생이 '엄마가 동의했어요'라고 하면 진위 여부를 파악할 도리가 없다. 일일이 교사가 전화를 할 수도 없고, 싸인이 위조인지 가릴 수도 없다. 그냥 학생이 그렇다고 하면 그런가보다 하고 끝낸다. 그런데 이런 사고가 터지면 속수무책 당할 수밖에 없다.

요즈음같은 정보 사회에서 가정통신문은 학교와 학부모가 직통으로 주고 받으면 좀 좋은가. 왜 가정통신문을 종이로 인쇄하여 교사와 학생의 손을 거쳐 전달하고, 동의서 역시 다시 두 손을 거쳐 전달받는가? 배달사고나 위조사고가 나면 누가 책임져야 하는가? 듣자하니 많은 학교들은 알리미 서비스로 가통을 학부모에게 직접 보내고 동의 여부 역시 학부모가 전화로 바로 보낼 수 있도로 돼 있어서 배달사고나 위조 가능성이 적단다. 이렇게 좋은 방법이 있는데, 아직도 아날로그식으로 정보 수집하다가 사고 나고, 사고 나면 담임이 그 폭탄 맞아야 하고... 진짜 담임 업무는 3D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