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학년은 수능 성적표가 나온 12월 12일 이후 등교하지 않고 있다. 이후 기간은 정시 상담 기간으로 학생들과 담임 교사가 일정을 정해 한 명씩 시간별로 나와서 면담을 하고 있다. 수시 합격자와 대학 진학을 하지 않겠다고 한 학생들은 물론 면담을 하지 않는다.
오늘, 29일 겨울방학식을 했다. 3학년도 공식적으로 등교를 해야 하는 날이다. 그런데 열 네 명이 안 나왔다. 대부분은 늦잠이나 태만으로 상습적인 지각 결석을 했던 아이들이라 신경이 덜 쓰였는데, 그 중 두 명은 지금까지 지각 결석 조퇴 한 번 없이 3년을 개근한 학생들이다. 며칠 전에 졸업사정회를 할 때, 개근상 수상 대상자로 명단도 넘겼고, 상찬계에서 벌써 상장까지 만들어 졸업식날 나눠주라고 담임교사들에게 나눠주었다. 그런데 그 상장을 줄 수 없게 된 것이다.
너무 아까워서 평소에 잘 하지 않는 전화까지 했다. 너 3년 개근인데 아깝지도 않냐고, 왜 아직 학교에 안 왔냐고... 그랬더니 그냥 배가 아파요, 머리가 아파요 이런다. 핑계라는 것을 학생도 알고, 나도 안다. 얘들은 별로 개의치 않는 눈치다. 학생들에게 3년 개근은 별 게 아니었나보다. 담임 입장에서는 성실성을 담보하는, 괜찮은 상이라고 보이건만, 그래서 그거 하나라도 쥐어서 졸업시키고 싶건만....
성실함이 미덕인 시대는 정말 끝인걸까. 상장을 취소시키고, 나이스에 오늘 출결 상황을 올리면서 드는 이 찝찝한 기분... 어차피 공부하는 것도 아니고, 수능도 끝났는데, 나에게 도움되는 것도 없는 학교에 나가는건 정말 의미없는 일인가? 혼란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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