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과 생명

아는 것이 힘? 알수록 힘이 빠진다...

사회선생 2017. 12. 21. 10:32

동물에 관한 한 알면 알수록 힘들어진다. 비단 동물에 관한 지식뿐일까? 아는 것이 힘이라고 했는데, 나는 종종 아는 것이 짐이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아는 것 만큼의 짐을 지고 가는 것 같은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짐삯을 받고 가는 짐, 언젠가는 풀어 놓고 내가 사용할 짐이라면 그건 짐이 아니라 도구가 되고 힘이 될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짐들이 세상에는 참 많다.

어제 눈이 많이 왔다. 예전에는 눈이 오면 개들을 데리고 나가서 눈 맞으며 산책했다. 눈을 맞는 기분이 이상한지 개들도 두리번 두리번 거리고, 눈이 쌓인 구석구석에 코를 박고 냄새를 맡으며 재미있어 했다. 온 몸에 허옇게 눈이 묻고, 코주변에 고드름 달고, 발에는 하얀 부츠 신은 것 같은 모양을 하고 신나게 이리저리 다녔다. 그렇게 강아지들과 눈 오는 날을 즐겼다. 

그런데 길냥이와 유기견에 관해 알게되면서 날이 추워지거나 눈이 오면 좀 서글퍼진다. 얘들은 어디에서 추위를, 눈을 피하고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그런 이야기를 하면 다수의 사람들은 갑자기 다윈의 진화론 숭배자가 된다. 적자생존의 원리를 들먹이며 생존하지 못하면 멸종되는 것이 당연하고, 길냥이나 유기견이 적응 못 하고 모두 죽는다 해도 그것은 자연의 섭리라고 받아들여야 한다고...   

그런데 그건 마치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들에게 능력이 없어서 그렇게 된 것이니 굶주림과 노숙을 감수하라고 하는 것과 같이 들린다. 길냥이나 유기견은 처음부터 자연의 섭리로 인해 태어난 존재가 아니기 때문이다. 인간의 편의에 의해 개량되고, 번식되고, 버려진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옛날 옛적 원시 시대처럼 자연 속에서 추위와 더위를 견디며 들개처럼, 들고양이처럼 야생 동물을 잡아먹으며 살 수 없기 때문이다. 그냥 버려진 존재들이고 그냥 두면 대부분은 제 명을 다 하지 못하고 '고통스럽게' 죽는다. 그들도 외로움을, 고통을 크게 느낀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별로 해 줄 수 있는게 없다.  

그네들도 사람처럼 쾌고감수의 능력이 있는 존재라는 사실을 알지 못하거나 부정하거나 혹은 그 수준의 정도를 마음대로 별 볼일 없는 것이라고 재단한다. 알아야 봐야 이리저리 불편해 지기만 할 뿐, 나에게 도움이 될 건 하나도 없기 때문이다.

눈이 많이 온 날. 시내에 일이 있어서 나갔다 들어오는데 우리 아파트 어느 곳에서 고양이가 너무 서럽게 우는 소리가 들렸다. 어딘지 찾아보고 싶었지만 그런들 내가 해 줄 수 있는 일이 없다. 마음이 무겁다. 그 고양이의 울음이 서글프고, 나의 무력감이 서럽다. 같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길은 정녕 없는걸까.  

'환경과 생명' 카테고리의 다른 글

미세먼지, 뭐라도 좀 하자  (0) 2018.03.29
소의 반란   (0) 2018.03.27
북극곰을 살릴 수 있을까  (0) 2017.12.13
닭이 그 모양인데 달걀이라고...   (0) 2017.08.15
동물 애호가시군요  (0) 2017.07.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