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개나 사람이나 먹고 살기 힘들면

사회선생 2017. 4. 25. 14:26

우리집 반려견들을 데리고 자주 산책을 다닌다. 동네 뒷산이 꽤 크고 깊어서 인적이 드문 곳에서는 우리 해리를 잠깐 풀어주는데, 사냥개 본능이 남아있는 해리는 꿩도 쫓아다니고 다람쥐와 청설모도 따라다니며 신나게 잘 논다. 그런데 며칠 전에 숲으로 쑥 들어간 해리의 비명이 들렸다. 깜짝 놀라 불렀더니 자기도 놀랐는지 씩씩거리면서 우리 옆으로 오는데 목줄이 없어졌다. 

그리고 잠시 후에 황구와 백구 한 마리가 해리를 보고 있는 모습이 포착됐다. 동네 깡패 견들에게 걸려서 삥 뜯기도 얻어 맞은 우리 해리. (추측컨대 목덜미를 물렸고, 다행히 목줄만 물려 뜯기고 놀라서 얼른 우리에게 살려달라고 도망쳐 왔다. 자기 살 궁리는 다 하는지라 해리는 무서운 애들 만나면 우리에게 오고, 만만한 애 만나면 쫓아간다.) 황구와 백구는 우리를 보자 그냥 달아나 버렸다. 유기견인게 분명했다. 쟤들은 이 산 속에서 뭐 먹고 살까? 하루 하루 먹을 데와 잘 데를 찾아 떠돌아야 하고, 사람들에게 해꼬지도 당해야 하고, 자기들보다 힘센 동물 만나면 맞아야 하고... 모르긴해도 무지 고단한 삶을 이어가고 있는 황구와 백구 앞에 세상물정 모르고 까부는 해리가 얼마나 가소롭고 짜증나게 했을까? 

멧돼지와 유기견을 소탕한다고 난리이다. 그러면서 이를 정당화해 주기 위해 유기견들이 떼를 지어 닭이나 오리를 잡아먹고, 고라니를 사냥하는 장면을 방송으로 내 보낸다. 잔인한 동물이라 위험하니 잡아서 살처분해야 한다는 논리로 이어진다. 원인 분석을 하지 않고 현상만 포착하여 인간중심적으로 해석한다.

잔인한 동물이 아니라 먹고 살기 위해 사냥을 하는것일 뿐. 그들도 누군가가 보살펴 준다면 굳이 힘들게 사냥할 리가 없다. 하지만 지금은 할 수 없다. 왜? 생명이 있는 한 먹고 살아야 하니까...

인간이라고 크게 다를까? 우리 속담에도 사흘 굶어 도둑질 하지 않는 사람 없다지 않은가? 대부분의 범죄자들은 누군가로부터 돌봄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방치되어 성장한 사람이었을 가능성이 높다. 그들은 교육받지 못한 어른이 되어 특별한 재주도 없이 사회에 내몰려 생존을 요구 받는다. 그렇다면 그들이 할 수 있는 짓이란 폭력적으로 사는 것 뿐이다.  인간도 며칠 굶고 모욕당하고, 살기 힘들어지면 삥뜯고 도둑질하고 살인강도도 가능하지 않은가? 하물며 개들은 오죽하겠는가?

들개는 존재하지 않는다. 여기가 아프리카 초원도 아니고.... 이미 도심에서 들이 사라졌는데 어떻게 들개가 있을 수 있겠는가? 유기견을 책임회피용으로 일컫는 말이 들개이다. 유기견에 대한 책임을 유기견의 잔인성에서 찾을 것이 아니라 인간에게 찾아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 그래야 유기견 문제가 해결된다. 개도 자동차처럼 세금 내고 등록제로 키우게 하고, 물건처럼 취급하지 못하도록 해야 동네 깡패견 만나 봉변 당할 일이 없어진다. 동네에서 만난 황구와 백구인들 좋은 주인 만나 밥 걱정 없이 살면 굳이 동네 돌아다니며 깡패 짓을 하겠는가? 살처분 말고 해결책을 만들어주길! (난 황구와 백구를 신고할 생각이 없다. 잡히면 살처분 당하는걸 아는데 어떻게 신고한단 말인가?)  

'반려동물' 카테고리의 다른 글

무슨 죄를 지었다고  (0) 2017.05.02
동물을 키우며 철학자가 되다   (0) 2017.04.26
시각 장애인 안내견   (0) 2016.10.13
복날의 단상   (0) 2016.07.27
동물권을 생각하는 정당   (0) 2016.04.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