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녹색당에 관심을 가지고 보고 있다. 이번 총선에서 원내 진출을 노린 듯 한데 실패했다. 실패의 원인을 생각해 본다. 그들의 정치적 신념이 실현되었을 경우 경제적 이익을 보는 집단들이 있어야 뭉쳐서 힘을 발휘할텐데 그런 집단이 없다. 노동자 세상을 만들겠다며 계급 투쟁을 선동하거나 중산층의 경제적 안정을 보장해 주겠다거나 노인 복지를 내세우며 예산을 확충하겠다거나 뭔가 확실하게 이해 관계가 딱 맞아떨어지는 집단들이 타겟이 되어야 하는데 그런게 없다. 아무리 진보적인 정치성을 가진 사람도 동물의 복지까지 내세우는 정당에는 불편함을 갖는다. "왜 내 세금으로 나 먹고 살기도 힘든데, 동물까지 생각해야 돼?"
어느 제약 회사에서 만든 동물용 약품을 동물 병원에만 판매하고 동물 약국에는 팔지 않아서 공정위의 제재를 받게 되었다는 뉴스를 접했다. 그 뉴스를 보면서 드는 생각. 과연 누가 동물 복지를 통해 이익을 얻을 수 있을까? 이것이 정치적 세력이 될 수 있을까?
제약 회사 입장에서는 한 개 팔아서 더 큰 이익을 얻을 수 있는데, 여러 개 팔기 위해 발품 팔며 더 낮은 이익을 얻는 일을 하지 않을게 뻔하다. 동물 병원만 적당히 리베이트 주며 거래하는 편이 훨씬 효율적이니까... 실제로 거의 모든 개들이 먹는 심장사상충 약이 한 알에 만원 가까이 하는 이유가 있었던게다.
그런데 만일 동물 권익이나 복지가 법제화되면 이런 제약 회사들은 설 자리가 약해질 뿐 아니라 동물을 대상으로 한 의료 행위나 동물 약품을 가지고 폭리를 취하기 더 어려워질 것이다. 생명권이 권리가 되는 순간, 권리는 보편적으로 실현되어야 할 가치가 되고, 이를 저해하는 요소들에 대해서는 제재를 할 수 있게 될 가능성이 높다. 예를 들면 병원에서 환자가 돈이 없다는 이유로 수술을 거부할 수 없는 것처럼 동물 역시 그렇게 될 가능성이 높다. 그걸 누가 좋아할까? 개 키우는 사람들 정도? 영향력 있는 제약회사들이나 수의사들은 굳이 애써 동물의 권익 보호에 앞장 설 이유가 없을 것 같다.
개를 키우면서 느끼는 점 중 하나는 생각보다 경제적 부담이 만만치 않다는 사실이다. 물론 그냥 적당히 키우다가 병 걸리면 방치하는 부도덕 몰인정한 사람들도 있겠지만, 자기 가족처럼 개를 생각하는 사람들에게는 의료 보험이 안 되어도 예방 주사 꼬박꼬박 맞혀야 되고 심장 사상충 약 먹여야 되고, 피부병이라도 걸리면 병원에 데리고 가일주일치 약을 타오면 약값만 보통 3만원 쯤 한다. 그런데 만일 동물의 권익이나 복지가 중시된다면 과연 이와 같은 폭리 - 물론 그들은 폭리가 아니라고 하겠지만 - 가능할까? 누구나 누릴 수 있는, 누려야 하는 서비스가 되지 않을까?
이렇게 생각이 드니 동물복지는 더 먼 이야기가 될 것만 같다. 누가 발벗고 나설 것인가? 발벗고 나설 때에는 나의 경제적 이익이 타격을 받게 되든가, 실현되든가 둘 중 하나인데, 타격 받는 집단은 많지만 실현되었을 때 독점적 배타적으로 이익을 얻는 집단은 없기 때문이다. (애견인이나 애묘인들은 조직이 아니다.) 고작 동물보호단체 몇몇 집단 정도인데, 이들이 무슨 힘이 있을까? 하지만 힘이 없다고 의미없는 것은 아니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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