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네 유교적 가치관에 의하면 사농공상으로 직업적 위계를 분명히 하고 있다. 그런 영향 때문인지 우리나라 사람들은 여전히 기술자가 되거나 장사해서 돈 벌겠다는 것보다 학문을 해서 관료가 되는 것을 선망한다. 먹고 살만한 사람들은 여전히 내 자식이 장사해서 돈 벌겠다는 것보다 공부 열심히 해서 교수하겠다는 것을 더 기특하게(?) 생각한다. 학문하는 선비가 주는 이미지는 여전히 꽤 괜찮게 머리 속에 남아 있는 듯하다.
별볼일 없는 지식인이 판을 치고 있는 마당에 사농공상은 옛날 이야기가 되어 버린지 오래지만 문득 생활 속에서 우리 조상들이 왜 사농공상으로 직업적 위계를 나누었는지 아주 살짝 느끼게 해 준 일이 있다. 아니 엄밀히 말하면 장사를 별로 탐탁해하지 않았던 이유를 깨달았다고나 할까.
돈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 사회에서 선비와 농업은 고상하고 정직한 직업이다. 하긴 직업이라는 표현도 부적절하다. 그냥 삶이라고 보는 편이 나을 것 같다. 학문이 업이고, 농사가 업이다. 농업은 정직한 일이다. 온전히 근면한 노동으로 자연에 순응해야 한다. 거짓이 있을 수 없다. 한 만큼 수확물이 나온다. 물론 자연재해로 한 만큼 나오지 못할 때도 있지만 그래도 누군가를 기망하거나 속여서 이윤을 취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그런데 상업은 어떤가? 교묘한 과장과 왜곡, 거짓이 상술이라는 이름으로 어느 정도 용인된다. 정직할 수 없는 일이다. "이게 원가는 10만원인데, 제가 20만원은 받아야 합니다." 이런 사람은 없지 않은가? "원가도 안 빠져요. 밑지는 거에요."
새로 이사를 하면서 몇몇 가구들을 들여놓게 되었다. 그런데 막상 물건을 집에서 받아보니 매장에서 봤던 것과 다르게 뒷마무리가 엉망이다. 환불을 요구했더니 교환해 주겠단다. 그 공장, 그 기술자들이 만든 물건을 신뢰할 수 없으니 환불을 원한다고 했다. 업자는 변명을 하면서 미적거린다. 장사꾼 말은 모두 믿으면 안 된다고 했던가? 정말 정직하게, 장사를 하기는 힘든건지... 사농공상의 철학적 이치를 아주 조금은 깨달았다.
분명히 불합리하고 부당한 부분이 많이 존재하지만 우리네 조상들은 돈보다는 정신적 가치를 중시했고, 자연의 순리를 따르려했고, 고상하고 품위있는 삶을 지향했던것 같다. 문득 우리네 현재의 삶에서 다시 한번 성찰하며 사상도 재창조해 계승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서구의 합리성은 우리 전통 사상의 가치를 너무 폄하해 온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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