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무수첩

오락가락 생기부

사회선생 2016. 5. 24. 08:40

해마다 생기부 기록에 관한 연수를 학교에서 한다. 그런데 해마다 원칙이 바뀐다. 원칙이 해마다 바뀐다는 것은 원칙이 없다는 의미이다. 연수는 생기부 기록의 제약 사항에 대해서 주지시키는 것이다. 오늘 전달받은 것은 학생의 가정 배경이나 부모의 사회적 지위가 드러나지 않도록 하라는 것이다. 그랬더니 당장 '어려운 환경임에도 불구하고'를 부각시켜 주기 위해서는 부모의 사회적 지위를 드러내야 하지 않느냐는 반론이 제기된다. 그러자 사회적 지위가 높은 것만 기록하지 말란다. 학생 중심 기록이 아니라 입시 전형 담당자 위주의 기록이라는 것을 반증하는 답변이다. 도대체 생기부의 목적이 무엇인지 본질적인 의문을 갖게 된다. 생기부의 목적은 성적만으로는 알 수 없는 학생의 활동, 가치, 태도, 품성 등을 기록하여 학생을 전인격적으로 파악하고 이해하는 데에 목적이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런 이유로 학생이 의사인 아버지의 영향으로 의사가 되고 싶어 의대 진학을 준비하였다, 장애인인 아버지를 보고 성장하며 특수 교육학과에 지원하고자 하는 열망을 갖게 되었다는 것이 의미를 갖는다면 기록할 수 있다. 그런데 원칙아닌 원칙대로라면 전자는 기록 불가능한데 후자는 가능하다는 논리이다. 논리적 일관성이 없다는 사실에 혼란스럽고, 왜 생기부가 대학입시자료로서의 기능만 해야 하는지도 이해하기 힘들다.

과잉 포장, 과대 해석, 교내 시상 남발 등으로 생기부 작업이 만만치 않은데다가 학생과 학부모로부터 생기부에 기록해 달라는 압박을 받는 것도 - 교사의 고유 권한이건만 그 기록에 오류가 없는지, 원하는 내용이 빠지진 않았는지 등등에 대하여 확인받는 작업까지 하고 있다. - 열 받는데, 생기부 기록 원칙들까지 춤을 추고 있으니 업무를 담당하는 교사로서는 기운 빠지는 일이다. 

생기부 기록이 문제가 아니라 편견을 가지고 자신들이 원하는 학생들만 선발하려고 하는 대학이 문제 아닌가? 그들을 문책해야지 왜 자꾸 성실하게 시키는대로 잘 하고 있는 교사들을 더 힘들게 하는가? 대학들이야말로 같은 값이면 중산층 이상, 같은 값이면 특목고 출신들을 선발하려고 하지 않는가? 제재는 그들이 받아야 할 것 같은데... 항상 부작용이 나면 교사들이 더 힘들어진다. 왜 대학 입시에서 아버지의 직업이 변수가 되어야 하는지, 왜 배웠다는 사람들이 그런 후진 짓을 하고 있어서 생기부 기록의 제약 사항은 얼마나 많은지... 정말 부끄럽고 창피한 일이다. 학생들이 알까 두려운-이미 나보다 더 잘 알고 있겠지만- 우리 사회의 한 단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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