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보기

겨울이 더 싫어지고 있다

사회선생 2015. 12. 7. 08:41

여름과 겨울 중 어느 계절이 더 좋냐고 물어보면 내겐 생각할 것도 없다. 단연 여름이니까. 추위를 많이 타는 편이라 늘 생각한다. 은퇴하면 따뜻한 남쪽 나라에 가서 살까? 

그런데 요즈음 TV 채널을 돌리다가 겨울이 싫어진 이유를 하나 더 발견했다. 온갖 홈쇼핑에서 겨울 옷을 파는데 하나같이 크게 떠든다. '천연 라쿤이에요. 이렇게 큰 라쿤 아마 다른 곳에서는 보기 힘드실걸요' '거위털 따뜻한거 아시죠? 거위털 중에서도 속털로 만들어 가볍고 따뜻하기가...''이게 평범한 덕다운 코트가 아니에요. 가슴털의 함량을 보셔야 돼요.' '이건 양가죽을 그대로 벗겨내고 털을 깎아내서 만든 거에요. 부드럽고 따뜻합니다.' '아무나 가질 수 없는 밍크. 이건 일반적인 밍크와는 달라요. 이 털의 윤기를 좀 보세요.'

아, 정말 겨울이 싫다. 털과 가죽을 벗겨 인간의 패션 산업을 발전(?)시키는 도구로 활용되는 동물들을 끊임없이 보아야 하기 때문이다. (라쿤이나 밍크, 여우의 가죽에 흠집이 나면 안 되기 때문에  때려죽이거나 익사시키거나 기절시켜서 가죽을 벗겨낸다. 약물로 안락사를 시키려면 비용이 들기 때문인데 인간 사회의 룰에서는 최소비용 최대이윤을 추구하기 때문에 안락사 비용을 감당할 이유가 없다. 후진국은 더 하고 우리나라도 별반 예외가 아니다.)

무지했던 시절에 사서 입고 다녔던 오리털 파카가 분명히 두 벌이나 있다. 그런데 더 사고 싶어진다. 왜? 그건 유행에 지난 옛날 스타일이니까... 심지어 밍크 코트도 가지고 있다. 그런데 다른 밍크 코트가 눈에 들어온다. 요즈음 디자인이 훨씬 더 세련돼 보여서... 아, 알면서도 눈이 가는 이 얄팍한 나의 마음이란. TV를 끊든지 해야지 원. 그런 마음이 드는 것조차 조정당하는 것 같아서 짜증난다.

우리는 추위를 견디기 위해서 동물들의 털과 가죽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사실 추위를 견디기 위해서 필요한 것이 아니라 나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서이다. 추위를 피하기 위해서라면 오래 전에 산 오리털파카를 그냥 입어도 충분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후드에 풍성하게 둘린 라쿤털을 목에 두르고 싶어지는 마음을 어떻게 하겠는가? (난 그 욕구도 산업이 미디어를 활용해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인간의 물질적 욕망은 대부분 주입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죽을 때까지 더 이상 털옷과 가죽옷 사지 않기로 나 자신과 합의를 했는데, 있는 모피옷, 가죽옷들은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해서 아직 합의하지 못했다. 버리지는 못하겠고, 가끔 입는데 마음이 편하지 하다. 비겁하고 이기적이다. 이런 고민할 필요없이 정말 다 버리고 따뜻한 남쪽 나라로 가야할까보다. 하긴 그것도 비겁한 도피인가? 아, 정말 세상 제대로 살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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