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에는 중고등학교에서 학급 회장 선거를 하지 않고 회장을 임명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선거와 투표를 통해 학급 회장이 선출된다. 그런데 그 선거 분위기가 참 많이 달라졌다. 예전에는 엄숙하고 경건한 의식을 치르는 듯한 분위기였다면 요즈음의 선거 유세장은 개그콘서트장이다. 대표 역시 유머 감각이 탁월하고 쇼맨쉽이 풍부한 사교적인 학생들이 당선되는 경우가 많다.
평등이 중시되는 대중민주주의 사회에서 진짜 나를 대표하려면 나보다 뛰어난 것 같은 사람보다는 나같은 사람, 나를 즐겁게 해 줄 사람을 대표로 앉히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하긴 그렇게 대표를 선출해야 진짜 나를 대표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대표로서 적절한 소양을 가지고 있는가를 따져보면 사실 이야기는 조금 달라진다. 재미있는 학생이 회장으로서의 자질이 뛰어난가? 유머 감각이 리더십을 평가하는 주요 요소가 될 수 있는가? 분명히 대표로서의 자질이라는 것이 있기 때문이다. (엘리트라는 표현은 쓰고 싶지 않다. 리더십도 인간이 가지고 있는 다양한 자질 중 하나라고 보기 때문에...) 학급에 들어가서 학급 회장이 어떤 학생인가를 보면 그 학급의 분위기가 얼추 파악된다. 가끔 우리끼리 농담을 하곤 한다. 잘 생기고 유머러스하면 선거에서는 끝난거 아니야?
어느 모임에서 잠깐 논쟁이 벌어졌다. 과연 부정부패를 완전히 척결하려는 자가 정치가가 될 수 있는가에 대하여... 예를 들면 정치가들의 뇌물 수수나 대기업의 횡포는 말할 것도 없고, 공무원이 6000원짜리 밥 한 끼 얻어 먹은 것도, 주민들이 자기 동네 골목길에 불법 주차 해 놓은 것에도 모두 딱지 떼고 불법과 탈법을 자행하는 모든 것들에 대해 그야말로 '법대로' 할 경우에 과연 그는 당선될 수 있을까 하는... 다수가 절대로 당선되지 못한다는 것을 더 넘어 그런 사람이 당선되면 안된다까지 갔다. "모든 국가는 국민의 수준에 맞는 지도자를 가진다" 처어칠의 명언이 떠올랐다.
미국 공화당 경선에서 트럼프라는 똘끼 충만한 사람이 높은 인기를 유지하고 있다고 한다. 인종차별적 발언에 장애인 흉내를 내고, 여성을 비하하고... 이건 뭐 대충 봐도 저질인데 그런 사람이 대통령 되는건 아닌가 모르겠다. 그를 통해 즐거움을 느끼는 사람들은 누구일까? 불쾌함이나 역겨움을 느끼는 사람들보다 그들의 힘이 훨씬 크다는 이야기인데... 이제 미국도 갈 때가 됐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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