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많은 개를 키워봤지만

사회선생 2015. 7. 19. 20:40

내가 싫어하는 말 중의 하나. '많은 개를 키워봤지만...' 아니 엄밀히 말하면 이렇게 말하는 사람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 이유는 첫째, 많은 개를 키워보았다는 말은 개의 끝, 즉 자연스러운 죽음을 함께 해 주지 않았다는 말의 반증이기 때문이다. 개들의 평균 수명은 대략 10~15세라고 한다. 때문에 30대 연령의 인간이라면 태어날 때부터 개와 함께 살았다고 해도 평균 2~3마리를 키울 수 있다. 물론 5~6 마리를 동시에 키우는 사람들도 있지만 이는 드문 일일 뿐더러 개 5~6 마리를 제대로 키울 만한 환경을 갖추고 사는 사람은 많지 않다. 유추해 보건대 많은 개를 키워본 사람은 대부분 개를 몇 년씩만 키우다가 다른 사람에게 보냈을 가능성이 높다. 개는 첫번째 만난 가족과 평생을 보내고 싶어한다. 그런데 주인의 취향이 달라져서 몇 년 함께 살다가 다른 사람에게 보내졌다면 사실 그 주인은 개를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라 자신의 취향을 충족시키는 일종의 취미 생활로 개를 키우는 사람이다. 마치 개 애호가인척 하는 그런 사람을 좋아할 수가 없다. 개를 정말 좋아한다면 많은 개를 키워볼 수가 없기 때문이다.  

둘째, 대부분 '많은 개를 키워봤지만' 이라는 말의 뒤에는 '이 종이 가장 좋더라'라는 말이 나오기 때문이다. 개의 종을 따지는 사람 역시 좋아하기 힘들다. 나에게 그 말은 인간의 종이나 피부색을 따지는 사람과 동격이다. 개를 좋아하면 좋아하는거지, 특정 종에 집착하는 사람은 개의 본질을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취향을 충족시켜 줄 개를 좋아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개는 본질적으로 동일한 속성을 가지고 있다. 물론 체형이나 기질이나 성격은 종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개가 아닌 것은 아니다. 특정 종의 개를 좋아한다는 것은 특정 종의 개를 싫어한다는 표현일 수도 있다. 종에 집착하는 사람은 차별주의자 같아서 싫다.

 '나는 많은 개를 키워보진 않았지만 개가 이런 줄 몰랐어. 많은 걸 배우게 돼.' 이런 사람들이 좋다. 더 좋은건 '우리 개는 잡종에 못 생기고 별다른 재주도 없지만 그래도 난 우리 개가 참 이뻐. 가족같이 살다가 내가 마지막까지 잘 지켜주고 싶어.' 이런 말을 하는 사람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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