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파트 단지에 유독 눈에 띄는 길고양이 한 마리가 있었다. 노란색 얼룩무늬 고양이였는데, 얘는 새끼 때부터 사람들을 잘 따라 다녔다. 나 역시 재활용 쓰레기장 옆에서 만난 적이 있는데, 앉아서 "이리 와 봐" 그랬더니 정말 오는 것이 아닌가? 쓰다듬어 주었더니 기분 좋은 표정을 지었다. 동네 사람들 중 길고양이에 조금만 호의와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 정도로 친화력이 짱 좋은 고양이였다. 그래서 사람들이 생선이며 사료며 먹을 것도 많이 갖다 주었다. 그런데 얘가 어느 날부터 보이지 않았다.
강아지와 산책하다가 만나는, 길고양이 소식을 알법한 동네 사람들에게 물으면 그들도 못 본 지 오래 되었다고 무슨 일이 있나보다고 걱정했다. 그런데 하얀 말티즈와 함께 산책 나오는 아줌마가 그 녀석의 소식을 알려줬다. 지난 겨울 주차장에서 어디가 안 좋은지 널부러져 있는 것을 BBQ 치킨 아저씨가 구조하여 병원에서 치료 시켜주고, 지금은 어디로 입양 보냈다는 것이다. 자신이 BBQ 치킨 아저씨와 함께 동물병원에도 가 보았고 - 동네에 있는 매우 가까운 곳에 입원시켰었던 덕에 - 그 아저씨가 병원비 걱정하는 것도 함께 들었다면서 우리에게 소식을 알려주었다.
세상에! 감동이었다. BBQ 치킨 아저씨가 배달하다가 아픈 고양이를 그냥 지나치지 않고 데리고 병원에 가서 치료해 주고 입양까지 보냈다니.... 우리는 궁금해하던 길고양이의 해피엔딩 스토리를 들으며 BBQ 아저씨게에 고마운 마음을 갖게 되었다. 치킨을 거의 시켜 먹는 일이 없는 나지만 앞으로 치킨은 그 아저씨네 가게에서 시켜 먹으리라 마음 먹었다. 그러다가 오늘 그 아저씨를 보게 되었다. 인상좋은 BBQ 치킨 아저씨는 우리집 강아지가 짖자 "알았어, 빨리 갈게. 짖지 마." 그러면서 다정하게 말했다. 그래서 내가 "아저씨, 그 때 구조하셨다던 길고양이 지금 잘 살아요?" 묻자, "네, 중성화 수술을 받아서 조금 살이 쪘더라구요. 그런데 잘 지내요. 가끔 그 분이 사진도 보내주시구요."
아, 고 녀석 사진 하나 남겨두는 건데... 앞으로 우리집은 그 BBQ 치킨 집에서만 시켜 먹기로 결정했다. (치킨을 즐기는 집이 아니라서 매상에 별 도움은 되지 않겠지만... 그래도....) 그냥 고맙고 고마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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