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과 생명

동물학대와 동물실험

사회선생 2014. 11. 11. 23:30

 동물학대는 부도덕한 일이지만 동물실험은 일정 수준 허용해야 한다는 것이 대다수 학자들의 견해이다. (동물실험 절대 금지를 주장하는 학자는 정말 찾아보기 힘들다. 피터 싱어, 톰 리건, 우리나라의 최훈 정도?) 동물은 어디까지나 인간보다 하등 혹은 하위의 존재이기 때문에, 필요에 따라 인간의 편익을 위해 사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도대체 인간이 동물을 그렇게 함부로 해도 되는 이유, 인간이 동물보다 우월한 종이라는 근거는 무엇이냐는 질문에 그들은 대부분 '직관'을 이야기한다. 대부분의 인간에게는 종이 평등하다는 것에 대해 매우 불편함을 느끼는 직관이 있으며, 이는 본능에 토대를 둔 것이든, 역사적 경험에 토대를 둔 것이든 현존하는 것으로서 무시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인간을 위해 동물의 희생이 필연적(?)이라면 동물실험은 정당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롤즈(Rawls)도 사회정의론 끝부분에서 동물학대는 부당하고 죄악이 될 수 있지만, 동물에 대한 도덕적 덕목은 정의론의 범주를 벗어나, 동물 및 자연과 우리의 관계에 대한 형이상학적 세계관의 범주라고 주장하며 더 이상의 구체적인 언급을 하지 않았고, 롤즈의 입장을 계승한 캐러서스(Carruthers)는 도덕이란 인간에 의한 구성물이고, 인간들 사이의 상호 작용을 용이하게 하기 위해서, 협력적인 공동체 생활을 가능하게 하기 위해서 존재하는 것이기 때문에 동물은 이 범주 안에 속하지 않는다고 보았다. 하버마스도 도덕적으로 배려해야 할 대상을 인간공동체에 한정시키고 있다. 동물을 함부로 대해서는 안 된다는 직관도 분명히 있지만, 인간을 위해 동물을 이용하는 것은 다른 차원의 문제이기 때문에 사회적 담론으로 풀어나가야 한다고 보았다.

 묻고 싶다. '자연스러운 본능이 항상 옳은 것인가? 역사적 경험을 토대로 한 가치 판단이 항상 옳은 것인가?' 그렇다면 다수의 직관이 '동물 실험은 잔인한 짓이야. 옳지 않아.'라고 한다면 그 때에야 동물실험이 금지되는 것이 옳은 것인가? 또한 '당신이 동물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있는가? 동물도 희로애락의 복잡한 감정체계를 가지고 있고, 도덕성이 있는 존재여도 그렇게 말할 수 있는가? 라고 묻고 싶다.

 롤즈나 하버마스는 훌륭한 학자들이고 그들의 사회와 인간을 꿰뚫는 통찰력은 지금도 생생하게 살아 숨쉬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물에 대한 인식은 시대를 앞서 가지 못했다. 당시의 사회적인 통념 - 동물은 인간의 도구일 뿐이라는 - 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들에게 관심밖이었던 듯 하다.  동물은 인간에게 식량이거나 자원이거나 도구일 뿐, 그 외의 상호 작용은 매우 드물었고, 동물의 신체나 지능, 감정 체계 등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도 없었다. 그런데 동물실험찬성론자들은 자꾸 그네들의 직관과 논리를 가져다 억지로 붙인다. 그들에게는 '관심 밖'이었을 뿐인데... 왜 자꾸 그들을 끌어다 붙이는가? 차라리 피터 싱어의 공리주의나 톰 리건의 칸트주의가 틀렸다고, 그 틀린 이유를 명확히 분석해 주었으면 좋겠다. '직관' 운운하지 말고! 왜냐하면 그 직관은 내게는 너무나 다르게 형성되어 있으니 말이다. 내 직관은 동물 실험이 매우 불편하고 끔찍하고 잔인한 짓이며, 인간을 위해서 동물을 그렇게 다루어야 할 권리가 인간에게는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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