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반 유쾌 발랄 소녀인 OO이가 조회 시간에 울면서 늦게 들어왔다. 친구들과 등교하다가 골목에서 이상하게 - 뛰는 것도 아니고 걷는 것도 아닌 상태로 빙빙 도는 - 움직이는 검은 강아지 한 마리를 봤단다. 쟤가 왜 저러지 하면서 지나가는데 근처에 다른 강아지의 시체가 있었단다. 친구로 추정되는 두 마리의 강아지. 한 마리는 누워있고, 한 마리는 어쩔 줄 모르며 주변을 빙빙 돌고 있었단다. 그걸 본 OO이는 저 시체라도 치워주고 가고 싶다며, 친구들에게 가방을 맡기며 먼저 들어가라고 하고, 경찰에 신고하고 도움을 청했으나... 시체가 처리되는 것도 보지 못한 채 싸늘한 주변의 시선과 반응만을 안고 들어와야했다. 죽은 강아지가 불쌍해서 슬펐고, 제대로 도와주지 못해서 슬펐고, 주변에서 아무도 도와주지 않아서 슬펐을게다. OO이는 울면서 교실에 들어왔다. 강아지를 키우는 사람으로서 그렇게 죽어가는 강아지를 외면할 수 없었다고...
문득 우리는 한 번도 유기견을 발견했을 때에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배워본 적이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하긴 동물도 인간과 같이 고통을 느끼며, 감정이 있고, 보호해야 할 대상이라는 사실도 배워본 적이 없는데... ) 경찰에 신고해도, 근처 동물 병원에 신고해도 귀찮은 일이라는 시선을 받아야 하고, 제대로 처리해 주지도 않는다. 죽은 강아지는 그냥 폐기물 처리가 되고, 주인 없는 강아지는 동물병원 입장에서 돈벌이 되지 않는 일꺼리에 불과하니까... 동물보호소에 전화해도 알았다고 하고, 자신들이 잡으러 갈 동안 보호해 달라고 한다. 등교길에 본 강아지를 어떻게 보호한다는 말인가?
유기견을 잡아서 가까운 근처 동물병원에 맡기고, 보호소에서 데리러 오는 등 뭔가 체계적인 구조 시스템이 우리에게는 없다. 누군가의 친구이자, 가족이자, 아니면 자유롭게 살고 싶어했던 어떤 생명을 우리는 그냥 쓰레기로 혹은 그냥 물건으로 대하고 있다. 주먹구구식의 동물 구조 시스템의 도입이 필요하다. 하긴 그렇게 힘들게 구조해서 정부에서 운영하는 동물보호소에 맡기면 뭐하나? 10일동안 주인이 나타나지 않으면 살처분되는 것을... 보호소에 보내는 것도 동물을 사랑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양심에 꺼려진다. 답이 없는 사회에 살고 있다. 답답하고 OO이에게 너무 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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