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이 발표한 ‘2021 사망원인’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10대 청소년의 사망원인 1위가 자살이라고 한다. 2011년부터 현재까지 청소년 사망에서 자살이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왜, 무엇이 그들을 자살로 몰고 있을까? 뉴스를 접하며 최근 경험한 몇 장면들이 떠올랐다.
“너 3학년 1반이지? 가는 길에 너희 반의 ○○○에게 이것 좀 갖다 줄래?” 교무실에서 교사가 한 학생에게 이렇게 말하자 학생이 대답했다. “네, 그런데 저 ○○○ 몰라요.”
2학기 중반이 지난 시점에서 같은 반 친구를 모른다는 것도, 모르기 때문에 전달해 주기 어렵다는 것도 이해하기 힘들다. 30명도 안 되는 한 학급에서 1년 동안 8시간 이상을 같이 지내면서 이름도 모르고, 말 한번 해 보지 않은 채 지내기가 더 힘들 것 같은데, 요즈음은 그렇게 잘(?) 지내는 아이들이 많아졌다.
선택 과목 수업은 해당 과목을 선택한 학생들만 모여서 수업을 한다. 수업 시간이 되면 여러 반 학생들이 한 반에 모인다. 아침에 각 학급에서 조회를 하고, 선택 과목 수업을 위해 각자 교실에 모이는데, 출석을 확인하기 위해 출석을 부르면 자리에 없는 학생들이 종종 있다. 몇 년 전만 해도 같은 반인 학생들이 이유를 얘기해 줬다. "선생님, □□이 배 아프다고 조퇴했어요." "선생님, ○○이 어제 할머니 돌아가셔서 오늘 학교 안 나왔어요."
그런데 요즘은 상황이 완전히 다르다. “◇◇◇ 오늘 안 왔니?” 물어봐도 조용하다. "너 3학년 2반이잖아. 4교시까지 한 교실에 있었을텐데 ◇◇◇ 오늘 학교에 왔는지 몰라?" "모르는데요." 그걸 모르는 게 조금도 이상하지 않다는 주변 학생들의 반응까지 더해진다.
오래 전에 본 ‘여고괴담'이란 영화가 나는 와 닿지 않았는데 요즘 학생들에게는 오히려 이해하기 쉬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매일 학교에 나와도, 그렇게 나오던 학생이 학교에 나오지 않아도 아무도 모른다는 영화적 설정이 상상만은 아닐 수도 있기 때문이다. .
학생들은 이미 그런 문화 속에 살고 있기 때문에 잘 모르겠지만, 수 십 년 동안 학생들을 보아 온 교사에게는 학생들 간의 무관심, 그로 인한 외로움과 무력감 등이 보인다. 이는 청소년의 자살이 많아진 것과 무관하지 않다고 생각된다.
공동체 안에 있지만 철저히 고립되어 외로움을 느끼는 개인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건 역설적으로 들릴 수도 있지만, 지나치게 개인주의에 매몰된 나머지 공동체의 가치를 간과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한 번쯤 생각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학생과 학교, 학생과 학생, 학생과 교사 간의 끈끈한 연대감은 공동체의 가치를 회복할 때에 가능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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