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가 수업을 하고 있는데 교단에 누워서 교사를 촬영하고, 그걸 다른 학생은 또 찍고 있고, 수업 중 웃옷을 벗고 앉아있는 학생도 있고, 다수의 학생들은 그걸 보면서 떠들고 있고, 교사만 그러거나 말거나 수업을 하고 있다. 엊그제 뉴스에서 본 장면이다. 어느 학생이 재미있으니까 SNS에 올린거고, 화제가 되자 기사화된거다.
벌써 5~6년 전인가보다. 수도권의 어느 중학교에 근무하는 동료 교사가 있었다. 친분 있는 동료 교사들이 모일 때면 그는 자신의 학교에서 일어난 일들을 이야기해 주었는데, 도저히 믿기지 않았다. 무슨 B급 학원 무협 소설같은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교사가 앞에서 수업을 하고 있는데 학생들이 뒤에서 그냥 소리 내며 싸우고, 교사가 개입하면 입에 담지 못할 욕을 하며 신경 끄라고 하고, 학부모에게 전화해도 내가 어떻게 하냐고 애들 다 그렇지 않냐고 하는 식이고 아주 돌아버리겠다고 했다.
“에이, 그냥 운이 나빠서 그 반에 한 두 명 이상한 애들이 있나보다.” 그랬더니 그냥 한 두 명이 정상적인 행동을 하며 친구들에게 바보 취급을 받고 있고, 나머지 대부분은 수업과 교사에 대한 예의같은 것이 전혀 없다며 우리가 안 믿을 것 같다면서 녹음한 걸 들려줬다.
교사가 훈계를 하고 있는데 학생은 계속 XX, XX 거리며 반말이 절반인 어투로 맘대로 하라는 식이었다. 그걸 들으며 우린 말했다. “훈계 따위 때려 치우고, 그냥 형식적 수업만 하면서 버티다가 빨리 그 곳을 탈출해.“ 교사로서의 역할을 할 수 없을 정도의 인권 침해를 당하고 있다고 판단됐기 때문이다. 그 동료 교사는 다행스럽게도(?) 교수가 되어 학교를 떠날 수 있었다. 떠나고픈 마음이 도화선이 되어 논문을 열심히 썼다.
교권이라는 말을 좋아하지 않는다. 교사라는 직업이라고 해서 특별히 더 권위가 있어야 하고, 특별히 더 보호받아야 할 권리같은 것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교사 대상 폭력 사건을 교권이라고 초점 맞추는 것이 불편하다. 학생의 성인 대상 폭력이나 직장 내 폭력으로 접근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어느 직업이나 직종에서의 권위는 전문성에서 나오는거고, 그가 속한 조직에서 인간으로서, 직업인으로서 존중받고 보호받으며 일 할 수 있으면 그걸로 족하다.
그런데 인권의 시대라는 요즈음에도 교사들이 학생이나 학부모에게 협박을 당하거나 심지어 폭력을 당해도 이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힘들다. 일단 개별 교사에게는 징계권이 없고, 학교에서는 사회적 범죄가 아니라 학교 내부의 일탈 정도로 보고 마무리 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봉사 활동 정도의 징계로 끝나거나 강제 전학이 전부다. 경찰에 신고해봤자 어린 학생들이기 때문에 법적 제재는 받지 않을뿐더러 학생과 학부모를 신고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교사는 비정상적인 사람이 된다.
적어도 타인의 인권을 침해했을 때에는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져야 한다는 사실을 스스로 느낄 수 있도록 해 주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적절한 제재 방법이 존재하지 않는다. 그나마 가장 센 것이 강제전학인데, 이건 폭탄돌리기에 지나지 않는다. 여기에서 하지 말고 다른 곳에 가서 하라고?
어떤 경우에도 인간이 인간을 함부로 대해서는 안 된다. 권위가 있든 없든 그런건 중요하지 않다. 그냥 인간에게는 나보다 나이가 많든 적든, 선생님이든 우리 아파트 경비 아저씨든 누구에게도 함부로 말하거나, 욕하거나, 때리거나, 그런 짓은 절대로 어떤 경우에도 하면 안 된다. 만일 그렇게 했다면 그에 대한 책임을 지게 해 줘야 한다.
교칙 대로 ‘넌 수업 시간 중 선생님에게 막말을 했어. 그러니까 벌점 10점!’ 그렇게 알려주고, 그 학생이 그러거나 말거나 무시하고 그냥 수업을 해야 하는가? 내가 가르치는 학생들에게 말했다. ”얘들아 고마워. 인간적인 예의를 갖춰줘서. 우리 서로 예의 바르게 살자.“ 선생님이 갑자기 왜 저러지 이런 눈빛인 학생들이 고맙다. 진
'교무수첩' 카테고리의 다른 글
청소년 자살과 학교 문화 (0) | 2022.10.12 |
---|---|
'나름대로'는 빼 주세요. (0) | 2022.07.13 |
가르치는 맛 (0) | 2022.06.24 |
야간 자율학습 감독을 하며 (0) | 2022.05.30 |
시험이 뭐길래 (0) | 2022.04.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