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주민들 카페 게시판에 댓글이 많이 달리는 글들을 보면 정치글(정권에 대한 지지글 아니면 반대글) 아니면 개똥 치우라는 글이다. 너무 달라 보이는 두 종류의 글에 댓글이 많이 달리는 이유가 뭘까? 개똥 치우라는 글도 그 근본에는 혐오주의라는 아주 민감한 정치성이 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 개똥 치우라느나 글과 그 댓글들을 보면 단순히 개똥을 치우라는 당부의 글이라기보다 평소 자신들이 가지고 있던 개에 대한 혐오감, 개를 키우는 사람에 대한 적대감을 가진 사람들이 떼로 모여 매우 과격하고 과장된 언어로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을 볼 수 있다. 평소에 개에 대한 공포감도 있고, 그래서 개를 끌고 다니는 사람들이 꼴 보기 싫었는데, 동네 길에서 발견한 개똥이 도화선이 되어 자신과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을 끌어 모아 개를 키우는 사람들을 '개같은 사람'이라고 개와 개 키우는 사람들을 공격하면서 영웅심과 쾌감을 느끼는 것 같다. 자신들은 사회 정의를 추구하는 의인들이고, 개 키우는 사람들은 개똥도 제대로 치우지 않는 개만도 못한 사람들로 폄훼하면서.... 전형적인 혐오주의의 표출 방식이다.
백인이 주류인 사회에서 백인의 절도는 일어날 수 있는 일 중 하나지만 흑인의 절도는 용납할 수 없는 중범죄일게다. 흑인 주제에 절도까지 한다며 훨씬 더 심각한 문제로 이슈화시키며 그 흑인을 단죄하며 거기에서 더 나아가 그래서 흑인은 안 된다며 자신들이 저지르는 비인권적 행위를 정당화했을거다. 멀리 찾아볼 것도 없다. 우리 사회에서도 외국인이 저지른 범죄는 훨씬 더 크게 이슈화되지 않는가? 그렇게 이슈화시키는 것 차제가 혐오주의가 아니고 무엇인가? 댓글들 보면 그래서 외국인을 쓰면 안 된다는 말도 안 되는 논리로까지 튀며 외국인 전체를 공격 대상으로 삼지 않는가? 평범해 보이는 사람들이 하는 전형적인 혐오주의, 선동주의의 정치다.
개를 키우는 사람으로서 이런 글을 보고 있으면 불쾌감이 든다. 개똥이 목적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개똥을 치워서 깨끗한 동네를 만들자는 생각이었다면, 평소에 동네에 쓰레기 버리며 다니는 사람, 담배를 아무 데서나 피고 꽁초를 버리는 사람, 침을 아무 데나 뱉는 사람들이 - 개똥 안 치우는 사람보다 훨씬 많다. - 문제라고 올리는 글에도 댓글이 많았을거다. 하지만 그런 글에는 댓글이 별로 없다. 정말 환경을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게 아니라 정말 개와 개 키우는 사람이 싫은 사람이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평소에는 차마 표현하지 못하다가 개똥같은 '적절한 소재'가 발견되면 언제든 떼로 몰려 공격해대는... 개똥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폭풍 댓글이 달리는 이유는 아무래 생각해도 혐오주의다. 나의 지나친 피해의식일까? 개똥 치우는 개 키우는 사람으로서 몹시 불쾌하지만, 떼로 덤비려는 혐오주의자들 앞에서 나는 불쾌하다고 말하지 못한다. 어차피 혐오주의자들과는 대화라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들은 자신들이 혐오주의 정치를 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못하고 있을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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