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학교에서는 서울대 몇 명 갔어요?' 학부모들이 학교에 대해서 알아보기 위해 가장 많이, 먼저 하는 질문이다. 왜 서울대에 몇 명 갔는지가 중요할까? 자신의 아이가 서울대와 상관없는 성적이어도 서울대에 몇 명 갔는지가 중요하다. 좋은 학교의 판단 기준이 서울대이고, 그런 학교라면 자신의 아이가 좀 모자라도 서울대 진입 가능성이 있다고, 혹은 자신의 아이가 가진 성적보다 더 좋은 대학에 입학할 수 있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그런데 솔직히 말하면 둘 다 틀렸다. 좋은 학교의 판단 기준은 서울대가 될 수 없으며, 서울대 진입 가능성은 중학교 때의 성적으로 절반 이상 결정된다. 그런 학교에 가 봤자 서울대 가는 아이들 들러리만 서다가 끝날 가능성이 많다. 정말 솔직히 말해서 평범한 다수의 아이들에게 서울대는 이미 넘사벽이다. 공부의 즐거움을 깨닫게 해 주고, 성실하고 선량한 시민으로 성장하면 된다.
'최저 임금을 올리면 장사 어떻게 하라는거야?' '기업이 날개 펴고 사업하게 해 줘야지, 자꾸 규제하면 어떻게 해?' '저래서 누가 기업해?' 좋은 나라가 무엇인지 생각해 보면 돈 많이 버는 기업이 많은 국가는 아닐진대, 우리나라 사람들은 기업가 마인드를 가지고 기업을 걱정한다. 평범한 서민들도 이렇게 기업 걱정하는 경우가 많다. 기업가가 될 가능성도 전혀 없고, 될 생각도 별로 없으면서 우리는 근로자가 아닌 기업가 마인드로 산다. 성장 중심의 논리로 교육받고 성장한 탓이다. 우리나라처럼 법률과 문화가 친기업적인 국가도 매우 드물다. 그런데 우리 다수는 평범한 근로자이면서 근로자 중심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내 주변에 기업가는 별로 없어도 가방 끈 길지 않다는 이유로 시급 알바로 내몰리는 아이들은 많다. 그런데 최저 임금이 그래도 세 끼 밥이라도 제대로 챙겨 먹을 수 있는 돈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보다는 기업의 이윤 창출과 성장을 이야기하는게 참 아이러니하다.
나는 서울대와 기업이 묘하게 오버랩된다. 좋은 학교는 무엇인지, 좋은 국가는 무엇인지 우리가 놓치고 사는 게 있는건 아닌지.... 중요한건 서울대 가는 것도, 기업이 돈 쉽게 버는 것도 아니다. 학생들이 지적으로 도덕적으로 성장하는 학교, 우리네 평범한 근로자들이 안전하고 안정적으로 생활하는 국가가 더 좋은거 아닌가? 공부 많이 시키면 전체 학생들도 다 성장해요! 기업이 돈 벌면 다 국가와 국민에게 도움이 되는거에요! 이제 많이 시키는 것보다, 많이 버는 것보다 제대로 공부하고, 도덕적으로 돈 버는 시대가 되어야 할 거 같은데, 우리는 아직도 70년대에 머물러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드는건 착각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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