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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의 의정보고서? 선거운동용 홍보자료!

사회선생 2019. 12. 10. 08:38

지역 국회의원이 이 시기에 굳이 학교에 와서 고3 학생들을 대상으로 특강을 하겠다고 - 아이들은 별로 듣고 싶어하지 않는데다가 수능 성적표가 나와서 지금 자기 앞길 찾느라 정신없는데 - '바쁘신 시간'을 냈으니 아이들 지도 잘 하란다. 나의 촉으로는 재선을 노리고 내년에 유권자가 될 학생들에게 미리 선거 운동 하려는 것에 불과한데 굳이 동원하는 이유는 국회의원에게 잘 보여야 예산을 따 오는 데에 유리하기 때문에 그럴게다. 지역 어른이 학생들에게 훈화야 얼마든지 할 수 있지만 굳이 이 시점에 3학년 학생들인 이유가 나는 별로 순수하게 보이지 않았다.  

게다가 며칠 전에 몇몇 사람들이 그 국회의원의 의정활동보고서라며 종이 낭비하면서 자신의 치적(?)을 장황하게 적은 유인물을 지하철 앞에서 나눠주고, 대형 플랫카드를 여기 저기 붙여서 - 마치 지역 사업을 자신이 다 힘써서 한 것인양 보이는 - 늘 의아했다. '저건 과연 무슨 돈으로 하는걸까? 저렇게 사람들을 고용하고, 인쇄물 찍어대는 일이 만만치 않을거 같은데... 자기가 받은 개인 후원금으로 할까? 지역 예산을 홍보비 뭐 이런 걸로 유용해서 교묘하게 자신의 선거 운동에 사용하는거 아닐까? 그리고 굳이 비용 들이면서 저걸 하는 이유는 뭘까?' 삼척동자도 알 거다. 내년 총선을 앞둔 이름 박기.

난 특정 국회의원에 대한 사심은 전혀 없다. 부끄럽지만 솔직히 고백하자면 누군지도 모르고 그에 관심도 별로 없다. 하지만 이런 행태가 불편한 이유는 첫째는, 미리 이런 식의 정책 홍보를 빙자한 선거 운동은 불공평하다는 것이고, 둘째는 이런 홍보 비용을 어디에서 대는지에 대한 의구심 때문이다. 

그러고 보니 요즈음 발동 걸면서 인기 영합하려는 정책을 슬슬 흘리는 관료들이 많다. 정부 입장에서는 물 들어올 때 노 저어야 하니, 권력 가지고 있을 때에 인기 영합성 정책을 최대한 펼쳐 표를 끌어모아야 할거고, 야당 입장에서는 어떻게든 여당 관료나 국회의원의 사돈의 팔촌의 강아지라도 꼬투리 잡아 그들을 끌어내려야 할거다. 죽어도 이겨야 하는 싸움이라는 선거에서 뭐 새로울 것도 없지만, 늘 속고 속이는 싸움 속에서 혼란스러운 시민들만 이용되는 것 같아 씁쓸하다.

"국회의원 ooo이 드디어지하철 엘리베이터 공사를 끝냈습니다.지역 주민들의 편의를 위해 앞으로도 노력하겠습니다." 난 아무리 봐도 그가 한 일이 아니라 사용자가 많기 때문에 당연히 설치되었어야 할 시설이 오히려 너무 늦어진 거 같은데.... 그리고 그런 일까지 국회의원이 관여한다는 건 오히려 지역 사회의 심각한 문제로 여겨지는데... 무조건 잘 한건 자기 공으로 앞세우려고 한다. 아, 정말 유치해.

하긴 이 작은 학교에서도 학생이 서울대 가면 교사가 서울대 보낸 것처럼 과장하는 풍토가 있다. 서울대 갈 만한 학생에게 조언하고 필요한 서류들을 해 주는 건 그냥 내가 월급 받으면 해 줘야 할 일인거지, 교사의 치적이 아니다. 내가 서울대 보냈다고? 가끔 그렇게 말하는 교사들이 있는데, 속으로 생각한다. "국회의원 나가려고 저러나? 왜 저렇게 뻥을 치지?' 절대 속으로만 생각한다. 절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