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무수첩

지각 좀 봐 주세요

사회선생 2018. 12. 21. 10:50

3년 개근 예정자 학생 중 수능 이후 출결로 개근상이 날아간 학생이 한 두 명이 아니다. 학생들 잘못이라고 보기는 어렵지만, 명백히 지각인데 그걸 아니라고 해 주며 개근상을 줄 수도 없는 노릇이다. 오늘은 9시까지 등교인데, 교실에 들어가보니 17명만 나와 있다. 그리고 7명 정도가  늦게 왔다. 나머지는 물론 안 왔다. 그런데 늦게 온 학생 중 한 명이 교무실로 내려오더니 묻는다.

"선생님, 저 다리를 좀 다쳐서 늦었어요." "저런 어쩌다가? 괜찮니?" "네, 그래서 천천히 걸어왔어요." "병원에 안 가 봐도 될까? 양호실에 먼저 가 볼래?" "아니요, 그 정도는 아니에요. 그런데 저 지각이에요?" "응, 병지각이지." "저 9시 20분에 왔는데요?" "그래, 9시까지 와야 하는데, 9시 20분에 왔잖아." "선생님, 원래 학기 중에는 7시 35분까지 와야 하는데 8시에 지각 체크하잖아요. 지금도 그렇게 해 줘야 되는거 아니에요?"  "그 때에도 공식적인 지각은 조회 시간에 늦게 들어온거라 그 때에 체크한거야. 지금은 조회를 9시에 하는거고. 그러니까 봐 준 게 아니라 실제 출석부에는 맞게 체크된거야. 조회시간부터 체크하게 돼 있잖아." 학생은 실제 등교 시간과 조회 시간 간의 괴리로 인한 차이를 봐 주는 것을 따지며 자신도 봐 줘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울기 시작했다. "저 3년 개근인데, 그럼 오늘 지각한 것 때문에 개근상을 못 받는단 말이에요? 학교에 와도 하는 일도 없는데, 왜 와야 돼요? 늦게라도 왔으면 봐 주세요." "너도 알다시피 매일 출석 부르고 체크하는데, 어떻게 늦게 온 걸 지각이 아니라고 할 수 있니? 그건 불공평하잖아." "다른 학교는 다 안 오는데, 우리 학교만 나오는게 더 불공평해요!"

이런 일을 나만 겪는게 아니라 거의 모든 담임들이 매일 겪고 있다. 누구 잘못일까? 왜 지각이 이렇게 억울할까?  이해는 되는데 개별 교사에게 해결책은 없다. 수능 이후, 학생도 교사도 여러 가지로 고달프고 억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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