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보기

간 보는 사람, 간 보는 정부

사회선생 2018. 8. 20. 08:57

대부분 그렇겠지만 간보는 사람을 싫어한다. 사람을 처음 만나면 어떤 사람인지 간을 보고, 그에 따라서 대하는 게 달라지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사람들은 대부분 강자에겐 약하고, 약자에겐 강하다. 그런 사람이 강자에겐 도움이 될 것 같지만 그 때 뿐, 언젠가 힘을 잃으면 '너 나 아니?' 그럴 사람들이다. 상대적으로 힘의 향방에 따라 자신을 새롭게 셋팅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치가들 중에도 그런 사람들이 많다. 무엇이 옳고 그른지에 관해 깊이 성찰하고, 이에 따라 정립된 정치적 신념과 판단을 바탕으로 정책을 수립하고 추진해야 하는데 계속 국민 간만 보는 정치가와 관료들이 있다. 겉으로 보기에는 여론 정치를 하는 민주주의 숭배자들 같지만 내가 보기에 그들은 정치적 책임은 지기 싫고, 권력과 인기는 계속 가지고 싶어하는 무능하고 욕심 많은 정치인일 뿐이다. 

최근 일련의 정부 정책들이 집행되는 과정을 보면서 딱 그런 느낌이다. 국민들 간 보는 정부의 느낌. 입시 정책 제대로 잡아 보겠다고 칼을 뽑더니 그 칼을 국민들에게 쥐어주며 '우리는 빠질게요, 알아서 싸워서 정책 만드세요.' 그런다. 당연히 국민 여론이 하나로 모이기가 쉬운가. 정시로 하자, 수시로 하자 팽팽하다. 그러자 '아무래도 이번에는 힘들거 같으니 다음 정부에 고칩시다.' 그런다. 수 년 동안 세금으로 온갖 예산 다 써 수 십 개 팀 만들어 돌리며 무슨 위원회까지 만들며 난리를 치더니 자원만 낭비하고 다시 원점으로 돌아왔다. 이게 정부인가? 우리가 권력을 주고 세금 낸 이유는 최고의 자원을 동원해 최선의 정책을 세우라는 거다. 그런데 이리 저리 간만 보다가 끝낸다.

며칠 전 국민 연금 뉴스도 보니 가관이다. 많이 내고 적게 받는데다가 심지어 받는 시기도 뒤로 늦춰진다니 국민들이 부글부글하는건 당연한거 아닌가?  당장 불만이 폭주할 수밖에 없다. 그랬더니 이건 정부안이 아니고 그냥 어디선가 흘러 나온 것이라는 식이다. 그냥 간 보려고 흘린 거다. 고령화가 어쩌구 국민에게 책임 돌리지 말고, 솔직하게 국민 연금 운용을 제대로 못해서 이 지경이 난 것에 대해 책임지고 솔직하게 호소하는 편이 낫다. 이것도 또 다음 정부로 미루려나? 어차피 언젠가 누군가 해야 할 일일테니... 

민주주의가 여론 정치라고 하지만, 그건 국민을 위한다는 뜻이 있는거지 무조건 다수결로 한다는 것도, 무조건 국민들이 알아서 하게 하는 것도 아니다. 물론 여론은 중요하다. 그런데 그보다 중요한 건 정말 국민과 미래를 위한 것인가 하는 점이다. (나는 적어도 그렇게 생각한다.) 정권 마음대로 하라는게 아니라 욕 먹고 책임질 각오를 하고 제대로 하라는건데, 제대로 할 능력이 없으니 민주주의 코스프레 하며 국민 간이나 보는 것 같은, 우리네 정치 행태가 참 씁쓸하다. 우리가 그들에게 권력 주고 세금까지 내는 이유를 그들은 모르는 것 같다. '아무 것도 몰라요, 그냥 알아서 정해주세요' 그럴거면 그 자리에 왜 앉아있는지?




'세상보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ONCE UPON A TIME IN AMERICA  (0) 2018.09.09
미국은 잘 나간다는데 지금 터어키는  (0) 2018.09.06
먹자 사자 가자   (0) 2018.08.03
작업중지권과 최저 임금 보전제   (0) 2018.08.02
정치자금법이 문제라고  (0) 2018.07.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