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무수첩

기말고사 문제때문에 우는 아이를 보며

사회선생 2016. 7. 5. 11:15

기말고사 문제에 대하여 이의 제기를 하러 왔나보다. 진지하게 과학 선생님과 계속 이야기를 하던 3학년 학생이 서러운 듯 울먹인다. 뭐가 그리 서럽고 억울하고 슬플까? 아마도 자신의 이의 제기가 수용되지 않았나보다. 그 내용 여부를 떠나서 도대체 그 한 문제에 저렇게 우는 아이들을 교무실에서 보는데 내 기분도 우울해진다. 아이의 잘못인지, 교사의 잘못인지, 입시 제도의 잘못인지.... 지켜보는 나로서는 속사정은 알 도리가 없다. 하지만 모르긴해도 한 문제에 아무리 봐도 한 문제에 저렇게까지 서럽게 우는 것이 정상은 아니라고 여겨진다.문득  우리 나라에 시험 끝나고 저렇게 우는 학생들이 많을까 생각하니 더 그렇다. 그깟 한 문제가 뭐라고... 그게 뭐 그리 인생에서 중요한 일이라고... 좋은 대학에 가야 하고, 더 높은 연봉을 주는 직장에 취직해야 하고... 그 한 문제가 정말 그 아이의 대학을 바꿔 놓을 수도 있고, 대학이 아이의 직업을 바꿀 수도 있을지도 모른다. 그런 사회의 룰이 도대체 제대로 된 것인가?

초점이 조금 다른 이야기이긴 하지만 치열한 경쟁이 아닌, 치열한 학습열을 만드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인가? '나는 쟤보다 점수를 더 받아야 돼'가 아니라 '나는 이걸 정말 알고 싶어, 나는 열심히 공부하고 싶어' 이런 마음이 중심이 되도록 하는건 불가능할까? 경쟁 없이는 불가능하다고 보는 사람들이 많다. 경험적으로 보면 나 역시 부정하기 힘들다. 그런데 우리가 너무 쉽게 왔던 길로만 가려고 하는 것은 아닌지 하는 생각도 든다. 경쟁심이 아니라 학구열은 한 끝 차이인데 어쩌면 이렇게 다른지... 우리는 학생들에게 학구열을 심어주는 것이 아니라 경쟁심을 심어주고 있는 것 같다. 학구열 없는 경쟁심. 공허하다. 문득 우는 학생을 보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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