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에 일이 있어 아침 일찍 나왔다가 늦게 들어갔다. 식구들이 모두 개공장 이야기로 비분강개하고 있었다. 개를 키우고 있는 집이다보니 개 이야기에 관심이 많은데, 번식을 위해 사육되는 개 이야기가 매우 끔찍했나보다. 나야 워낙 그 쪽에 관심이 많으니 알고 있어서 새로울 것이 없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듣는 것 조차 매우 괴로웠다. 그런데 TV 프로그램을 통해 시각화되었다니 효과가 꽤 컸던 것 같다. 오늘 이 이야기가 메인 뉴스에 뜨는 걸 보면서 서명하고 있다. 제발 이를 계기로 동물보호법이 개정되어, 동물이 인간의 소유물로서가 아니라 그 자체로서도 법적 보호의 대상이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대부분 작고 귀여운 개를 파는 가게들은 그런 곳에서 개를 가져오고, 팔리지 않으면 다시 그 곳으로 가서 살처분되거나 번식견으로 활용된다. 번식견 사육 환경이 비참한 건 표현하지 못할 정도로 열악하다. 뜬장에서 옴짝 달싹 못하는 건 기본이고, 발정을 위한 촉진제를 과다하게 맞고 있으며, 임신을 하면 제왕절개로 새끼들을 꺼낸 후에 장기들을 대충 구겨 넣어 고통 속에 방치되다가 죽는 경우가 태반이다. 그래서 번식견들은 대부분 병과 장애를 가지고 살아간다. 그런데도 막상 새끼를 낳으면 자기 몸이 그 지경인데도 물고 빨며 새끼들을 정성스럽게 돌본다. 그 태도에 경건함과 숙연함까지 느껴진다. 그런데 새끼를 품을 시간도 없이 그 마저 빼앗긴다. 작을수록 잘 팔리기 때문이다.
이미 선진국들은 이런 방식의 사육이나 매매를 불법으로 한 지 오래이다. 좋은 모델들이 우리 주변에 충분히 많다. 그런데 우리는 아직 동물을 개인의 물건으로만 취급하는 법때문에 구조조차 자유롭게 하지 못하고 있다. 물건이 아닌 격이 있는 존재라는 것을 알지만 그에 합당한 법적 대우를 못해 주고 있다면 이는 법의 문제가 아닌가? 여전히 개인 소유물이므로 그렇게 비참한 환경에서 고통받고 있는 동물들을 보면서도 그냥 구경만 하는 것이 준법이라니... 이따위 법이 어디 있나? 여기에도 경제 논리를 들이대겠지만 특정 업자들을 보호하기 위하여 우리가 알고 있는 사실을 왜곡시킬 순 없다. 그리고 인간중심주의에서 보더라도 그건 결코 인간을 위해 바람직하지 않은 것 아닌가?
하지만 갈 길이 멀다는 것을 또 느낀다. 강아지를 갖고 싶어하던 지인에게 입양을 권하였으나 어린 강아지를 키우고 싶어하는 마음때문에 결국 개 장사를 하는 사람에게 샀다는 것이다. 지인도 설득하지 못하는 나의 무력감. 어린 강아지를 경험하고 싶어하는 평범한 사람들의 마음. 참 씁쓸하고 슬프다. 우리 토리. 한 살 넘어서 우리 집에 왔어도 애기같고 귀여운데... 이걸 경험하지 않은 사람들은 알 도리가 없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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