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에 대한 애정이 있다고 좋은 부모가 되는 것은 아니다. 개를 좋아한다고 좋은 반려인이 되는 것이 아니다. 주인이라는 표현을 좋아하지 않는다. 생명을 온전히 사적 소유물로 여기는 것에는 불편함이 있다. 지나치게 인간중심적인데다가 매우 거만한 표현이라고 생각되기 떄문이다.
먹고 살기 힘들었던 시절, 자식의 의식주를 해결해 주고 학교 보내주면 제대로 부모 노릇한다고 여겼던 때가 있었다. 체벌은 교육이라고 여겼다. 개 집 하나 만들어주고 거기에 기둥 박아서 쇠줄로 묶어 놓고, 밥만 주면 개 주인 노릇을 제대로 한다고 여겼던 때가 있었다. 개는 몽둥이로 다스려야 한다고 믿었던 시절이 그리 멀지 않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우리는 생명이, 동물이, 인간이 그렇게 단순한 존재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어린 아이도 나름대로 자신의 우주가 있으며, 개도 섬세한 감정을 가진 격이 있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알게 됐다. 비인간이지만 짐승으로 폄하하기에는 불편한 인격같은 격이 있다는 것을... 또 많은 연구들은 우리를 당황시킬 만큼 인간과 동물의 교집합이 생각보다 크다는 것을 보여주기도 했다.
최근 '개는 훌륭하다'의 보더콜리 의뢰인이 사회적 공분을 사고 있나보다. 사회적 인식이 크게 바뀌었음을 보여주는 사건(?)이다. 의뢰인들은 자신의 개에 대한 애정이 있다. 그런데 개에 대해 무지해서 제대로 돌보지 못한다. 훈련사가 무지함을 깨닫게 해 주며 해결책을 알려줘도 별로 배울 생각이 없다. 현재의 입질이 곧 더 크게 문제가 될 거라고 훈련사는 예견했는데 그들은 별로 심각성을 깨닫지 못한채 자신들은 개를 사랑한다고 눈물 흘린다.
인간 부모도 그렇다. 자신의 아이에 대한 애정은 있다. 그런데 아이에 대해 무지하다. 아이가 왜 이런 성격을 갖게 됐는지,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이럴 때 교육은 어떻게 하는 것이 바람직한지 잘 모른다. 모른다는 것을 알고 열심히 배우면 좋은데, 자꾸 '라떼는' '요즘 애들 배가 불러서' 어쩌구 한다. 아이가 문제를 일으키면 '내가 얘를 어떻게 키웠는데....' 하면서 눈물 흘린다.
둘의 공통점은 결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거다. 가정 환경에 문제가 있는 경우, 아이가 외향적인 기질을 가지고 있으면 폭력성을 갖게 될 가능성이 높고, 내향적이면 우울증을 갖게 될 가능성이 높다. 개도 크게 다르지 않다. 올바른 사회화 과정을 겪지 못하면 개도 나쁜 습관으로 가족들에게 이웃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 대부분은 사람 가족 책임이다. 어느 교육학자가 한 강연에서 인상깊게 들었던 이야기가 있다. "아이가 이상해요? 문제 행동을 해요? 부부가 서로 바라보세요. 당신 아니면 내가 원인이라고 생각하며 문제에 접근하면 훨씬 더 쉽게 해결할 수 있을겁니다." 똑같은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것 같다. 맹견은 없다. 어떤 사람과 사느냐에 딸 말티즈도 맹견이 될 수 있고, 진돗개도 온순한 개가 될 수 있다.
개를 키우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알면 알수록 힘들고 어려운 일이다. 개의 습성에 대한 최소한의 지식도, 산책시켜줄 시간도 , 아프면 치료해 줄 돈도, 세심하게 살펴주는 정성도 필요하다. 그렇게 하지 않을 때에 동물도 가족들도 불행해진다. 아이를 키우는 것도 자신이 원하기만 하면 언제든지 할 수 있는데, 개를 키우는 데에 면허제나 허가제로 하자고 하면 화 낼 사람들이 많은 걸 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제 개나 고양이나 반려 동물을 키우는 것을 국가에서 규제해야 할 때가 되었다고 감히 이야기하고 싶다.
버나드 쇼가 그랬다든가? '부모는 하나의 중요한 직업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아이들을 위해 이 직업의 적성검사를 한 적이 없다.' 부모의 적성 검사를 할 수는 없다. 하지만 학교와 각종 사회 복지 시설을 통해 이를 보완하는 작업은 꾸준히 확대되고 있다. 부모 변수가 모든 걸 결정한다면 부정의하다고 여기지 않는가? 반려동물을 키우는 것은 적성검사까지는 아니어도 허가제나 면허제를 도입해야 하지 않을까. 아무나 대충 키우다가 버리는 것은 생명에 대한 무례함에서 더 나아가 사회적 비용이 너무 크게 드는 일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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