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보기

교촌치킨, 권력과 양아치

사회선생 2018. 10. 30. 09:16


교촌 치킨 불매 운동이 벌어지고 있나보다. 이유인즉, 임원이 직원에게 폭행하고 막말을 한 사건이 있었는데, 그 임원은 잠깐 퇴사하였다가 복직하여 상무까지 달고 승승장구하였고, 당시 폭행 당했던, 그리고 그 편을 들었던 직원들은 오히려 불이익을 받았다고 한다. 그게 3년 전 일인데, 며칠 전 CCTV가 공개되며 뒤늦게 사람들의 공분을 샀다. 교촌 회장은 장문의 사과문을 올리며 기자들 앞에서 머리를 조아렸고, 6촌 동생이라는 그 상무는 다시 퇴사했다고 한다. 

오래 전 어느 모임이었다. 다양한 부류의 사람들이 어떤 일 때문에 모인 자리였는데, 그 중 두 사람의 대화가 흥미로웠다. 둘 중 선배인 듯한 사람은 젊은 나이에 사업으로 크게 성공했다는데 아주 반듯한 호감형의 사람이었다. 그런데 그가 거느리고 다니는 무리들 중에는 도저히 그와 어울리지 않는 양아치 같은 사람들이 있었나 보다. 그와 가까워 보이는 후배가 무슨 일이 있었는지 입만 열면 욕이고, 조폭같이 문제만 생기면 주먹부터 나가는 그런 부류의 트러블 메이커를 왜 데리고 다니냐면서 선배의 이미지를 걱정했다. 그 때에 그 선배라는 사람이 말했다. " 그런 사람도 다 쓸 데가 있어. 내가 마음에 들지 않는 게 있을 때, 내가 싸움을 해야 할 때에, 저런 사람이 앞서서 해결해 주거든. 저런 막가파가 있어야 우릴 무서워 하는 법이야."

그 말에 나는 뒤통수를 얻어 맞은 느낌이었다. 그리고 수준 이하의 막말 정치인이나 직원들을 함부로 대하는 저질 임원들의 존재 이유를 깨달았다. 사업을 하거나 정치를 할 때에, 보스가 품위 유지를 할 수 있도록 해 주는 또라이 호위 무사였던거다. 보스들은 대외적으로 자비롭고 선한 미소로 기자들 앞에서 말할거다. '난 아무 것도 몰랐어요, 저 사람이 좀 심하게 했나 보네요. 내가 저 사람 좀 혼내 줄게요.' 하고 데리고 가서 칭찬할게다. "적당히 좀 하지 그랬어? 아님 말 나오지 않게 확실히 하거나? 어쨌든 잘 했어." 왜 조폭 영화 보면 많이 나오는 장면 아닌가?  내가 조폭 영화를 많이 본 탓일까?  아냐, 나 조폭 영화 많이 안 봤는데, 별로 안 좋아해서....나의 비약인가, 나는 왜 교촌치킨의 회장과 그 6촌동생 상무가 그런 관계로 보이지?    

확실한건, 권력을 가진 사람들에게는 막가파 호위무사 하나쯤은 굉장히 유용할 수 있다는 거다. 대신 욕해주고, 대신 욕 먹어주고... 그를 이용해 할 말 다 하고, 사람을 함부로 다루고... 아직도 세상은 법보다 주먹인가보다. 후지고 유치한 사회다. 그렇게 보는 내가 문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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