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무수첩

솔릭 휴무일에 쉬며

사회선생 2018. 8. 24. 12:30

태풍 솔릭이 북상하고 있다는 뉴스가 계속 나오는 날. 한 학생이 수업 시간에 묻는다. "선생님, 우리 학교는 안 놀아요? 태풍 오는데..." 빵 터졌다. 내가 뭐라고 하기도 전에 학생들이 답했다. "야, 우리 학교가 노는거 봤어? 쟤가 고3인데 아직 적응을 못 해요." 빵 터졌다.

그런데 돌아가는 분위기가 예전같지 않았다. 뉴스에서는 계속 태풍의 위험성을 보도하고,  교육청에서는 휴업을 명했는지 주변 학교들이 휴업한다는 이야기가 학생들을 통해서 - 그들은 메신저로 주변 학교 학생들과 실시간 정보를 공유한다. 그래서 교사들보다 훨씬 빠르게 자신들에게 필요한 정보를 습득한다. - 흘러나왔다.

우리 학교도 6교시가 끝나자 학교에서 방송으로 공식적인 휴업을 발표했다. 자세한 속사정은 모르지만 교육청의 권고 사항이라 따르기로 한 것 같았다. 끝까지 등교와 휴업 사이에 고민(?)을 많이 한 듯한 분위기가 역력하다.  

태풍때문에 휴업을 하고, 전염병때문에 휴업을 하고, 폭우때문에 휴업을 하고... 최근들어 인권과 안전에 관한 감수성이 높아졌다는 걸 실감한다. 하지만 한 편으로 보면 책임지고 싶지 않은, 서로 책임을 끊임없이 전가하기 위한 우리네 사회의 분위기와도 관계가 있다. 태풍 예고에도 휴업하지 않고 조금이라도 더 공부시키겠다고 등교시켰다가 사고라도 나면?  공부따위가 중요하냐고 욕 먹는 것에서 더 나아가 학교는 책임으로부터 자유롭기 어려울 거다. 

그런데 전국의 모든 학교들을 휴업까지 시킨 그 태풍이 수도권에서는 예보와 크게 다르게 존재감없이 지나갔다. 하루 쉬면서 드는 생각. 다행이긴 한데, 기상 전문가들은 그 좋은 기계들 들여 놓고도 예측 수준이 이것밖에 안 되나? 일하는 부모들을 둔 어린이들은 휴업하면 난감하겠다... 이젠 안전을 내세워 자연재해도 정치적으로 이용하기 쉽겠는데.... 쓸데없는 여러가지 생각들이 오간다. 물론, 이렇게 하루 예상치 않은 휴일을 얻는 건 학생들에게나 교사들에게나 기분 좋은 일이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