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보기

아, 노회찬

사회선생 2018. 7. 23. 23:17

최근 노회찬은 국회의원의 특권을 없애야 한다며 특활비를 반납하고 특활비를 없애는 법안을 발의한다고 했다. 문득 저러다 노회찬이 당하겠는데... 그런 생각이 들었다. 특권을 가진 사람들에게 노회찬은 눈엣 가시였을거다. 자신들이 갖고 있는 걸 당연하다고 여기며 살고 있는데 계속 네가 가지고 있는 건 너무 많다, 정당한 게 아니라며 '논리적으로, 비유적으로, 설득력 있게' 지적을 해 대니 얼마나 불편했겠는가. 동료 국회의원들에게 너만 잘났냐, 튀는 행동 하지 말라는 비아냥도 많이 들었을거고, 돈으로 회유하려는 재벌도 많았을거고, 소위 한 자리 하고 있는 경기고나 고려대 동창들에게는 쟤 좀 적당히 까불게 하라며 이리저리 네트워크 동원해 눌러 보려 했을거다. 

그들이 돈이 없나, 권력이 없나, 정보가 없나... 나는 막연하게 자꾸 저러다가 노회찬이 당할 것 같은 두려움이 있었다. (서민이나 노동자는 힘이 없어서 그를 지켜주기 힘들지만 기득권층에서 그를 날려버리는건 일도 아닐 것 같은 생각이 들어서 더 그랬다.) 사실 삼성의 떡값 사건으로 한 번은 당했다그런데 그건 오히려 노회찬의 대중적 인기만 더 상승시켜줬을 뿐이다. 인기는 치솟고, 정의당의 지지도는 올라가고... 그런 마당에 기득권층에게는 더 치명적인 약점이 필요했을거다. 노회찬 너는 정말 얼마나 깨끗하냐? 너는 얼마나 정의롭냐 그렇지 않다는 걸 입증하기 위해 탈탈 털었을게다. 그런데 마침 드루킹이 흘린 정보가 딱 잡혔다노회찬을 정의롭게한 방에 날릴 수 있는 방법을 찾았고, 그렇게 노회찬은 드루킹에게 받은 4천만원때문에 궁지에 몰리고 말았다. 드루킹이 보수(난 민주당을 진보로 생각하지 않는다. 자한당이 극보수라 진보로 보일 뿐)층의 안전을 위해 쳐 놓은 거미줄에 파리처럼. (거미줄에는 큰 짐승은 걸리지 않는다) 걸려 버렸다. 그리고 노회찬은 양심의 가책으로 자살을 택했다. 노모를 만나 마지막 인사를 하고 투신했다. 4천만원을 받은 양심의 가책으로.... 나는 이 일련의 사태들이 누군가 간절히 원했던 대로 시나리오 대로 진행된 것만 같아서 섬뜩하다. 아주 섬뜩하다.

그가 다녔던 이발소의 모습이 뉴스로 나온다. 아무도 가지 않을 것 같은 허름한 이발소다. 이발소의 주인은 좋은 분이 가셨다고 눈물을 흘렸다. 20년 단골 손님을 잃은 그의 슬픔만큼 슬퍼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의 죽음이 억울하고 아깝고 아쉽고 슬프고... '정치를 하려면 양심은 꺼내서 묻어둬야 하는데, 그 사람은 가지고 다녔나봐. 죽어야 할 사람들이 지천인데, 왜 죽어? 그냥 깜빵한 번 다녀오면 될 거 아냐.  그깟 4천만원. 필요하면 우리가 모아서 줄 수도 있었는데...'  잘못은 잘못이지만, 그 잘못으로 보내기에는 너무 아깝고 아쉽다. 신념에 가득찬, 논리적인, 따뜻하지만 촌철살인의 유머가 있는 그의 모습을 더 이상 볼 수 없다니 눈물이 난다. 경험에서 나온 진실함을 가진 정치인이 우리 사회에 얼마나 될까? 나는 정치인의 죽음에 눈물을 흘려본 적이 한 번도 없건만 그의 죽음에는 이상하게 눈물이 난다. 정말 대한민국의 운이 이거밖에 안 되는건가. 유능한 정치인을 이렇게 허망하게 보내다니... 그의 죽음이 아주 오랫동안 후유증으로 남을 거 같다. 아, 노회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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