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하 17도란다. 가뜩이나 추위를 많이 타서 힘들어하는 계절이 겨울인데, 영하 17도라니 죽을 노릇이다. 온갖 겨울용 옷으로 중무장을 했건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밖에서 왔다 갔다 하기에는 춥다. 아무리 추워도 매일 토리와 해리는 동네 한 바퀴라도 돌게 해 주고, 그렇게 나가면 항상 동네 길고양이 밥과 물을 챙기는데, 며칠 째 물은 주자마자 꽁꽁 얼어 붙어 버리고, 사료도 줄어드는 양이 현격히 적어졌다. 늘 싹싹 그릇을 비우던 애들이 요즈음은 어디에 있는지, 추위에 잘못된 건 아닌지 걱정이다. 어디 따뜻하고 은밀한 곳을 발견해 그곳에서 뒹굴뒹굴하고 있기만을 간절히 바랄 뿐이다.
집에 돌아오니 이 추운 날, 집배원 아저씨가 등기 우편물을 하나 배달해 주었다. 그리 중요하지도 않은 우편물을 받아들고 보니 공연히 집배원 아저씨에게 미안해진다. 이렇게 추운날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며 배달해야 하는 사람들은 얼마나 힘들까? 영하 17도라면 인간이 생리적으로 견디기 힘들 만큼의 추위라는 데에 이견이 없을거다.
그렇다면 이런 추위에 외부에서 일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임금은 보장하고 근로는 금지하여 근로자를 보호하거나 부득이 일을 해야 할 경우에는 특별 수당으로 임금을 더 주는 것이 공평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를 들어 영하 10도 밑으로 내려간 날이나, 영상 35도 이상으로 올라간 날은 건설 현장의 근로자나 집배원과 같이 종일 외부에서 일을 해야 하는 사람들의 경우 적정 임금을 보장하고 쉬도록 하고, 부득이 할 수밖에 없는 일이라면 다른 날보다 더 높은 임금을 - 소비자에게는 비용 부담을 하게 하고 - 받게 하는 것이 시장 경제 원리에 부합되는거 아닌가? 건강을 잃을 가능성도 높고, 힘들기도 하니 수당의 명분은 충분한 것 같은데... 영하 17도의 날씨에 오토바이를 타고 우편물을 배달해야 한다니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너무 무자비한 일인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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