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보기

2018년이란다

사회선생 2018. 1. 1. 01:11

오늘도 어제와 마찬가지인 일상인데 세상이 부산스럽다. 달력은 인간 생활의 편의를 위해 만들어 놓았을 뿐인데, 세상은 그것에 엄청난 의미를 부여한다. 연말과 연초가 되면 곧 하나의 세상이 지고 새로운 세상이라도 올 것처럼 온갖 세레모니를 해 댄다. 희망 퍼포먼스 정도로 이해하면 될까?

사실 인간은 현재만을 살 뿐이다. 어제는 이미 사라졌고, 미래는 관념 속에만 존재한다. 인간은 오직 현재만을 산다. 현재의 나는 과거의 반영이고, 곧 미래로 이어진다. 과거와 현재와 미래는 결코 단절되지 않는다. 그냥 존재의 연속성을 시간이라는 개념으로 쪼개놓은 것에 불과하다. 가끔 고3 학생들에게 말했다. "수능을 잘 보고 싶으면 지금 공부해. 수능이 먼 미래가 아니야, 그냥 밤에 잠 몇 번 자고 일어나면 수능 보는 날이 와. 오늘의 너와 수능 날의 네가 달라질 거라고 막연히 기대하지 마. 달라지는 건 없어. 현재의 네가 달라지지 않는다면....." 

인간이 시간의 지배를 받는다는 점때문에 사람들은 가끔 인간에게 가장 공평하게 주어진 것은 시간이라고 말한다. 개인에게 평생 동안 주어진 시간은 운명에 따라 다르지만, 적어도 살아있는 우리에게 24시간이라는 자원이 공평하게 주어지는 것은 부정하기 힘들다. 하지만 시간이 공평하게 주어졌다고 하더라도  시간은 매우 상대적이라 누군가는 한 숨 한 번 쉬는 시간에 누군가는 만리장성을 쌓기도 한다. 개인에 따라, 상황에 따라, 그리고 나이에 따라 시간은 다르게 흘러간다. 시간도 인간이 활용할 수 있는 자원 중 하나일 뿐이고 그 자원 활용 능력은 결국 개인과 상황의 지배를 받는다. 

세 살 짜리에게 일년은 인생의 거의 절반이지만 여든 노인에게 한 살은 고작 1/80에 불과하다. 당연히 그 만큼 빠르게 느껴질게다. 초등학생 때에는 한 학년 올라가는게 그렇게 길고 긴 기다림 끝에 간신히 이루어지는 일 이었는데 어느 순간부터는 한 살 먹는게 출출할 때 라면 끓여먹는 것 같이 빈번하고 수월한 일이 돼 버렸다. 그 만큼 나이를 먹었다는 증거다. 조병화 시인의 어느 싯구절이었던가. '인생 참 지루하다. 그런데 이렇게 짧을 줄이야.' 나이를 먹으면 삶의 변화가 없이 단조로운 일상의 연속이다. 그래서 바빠도 지루함을 느낄 때가 많다. 그런데 그 일상적인 하루가 후딱 지나간다. 어울리지 않는 것 같은 이 두 구절이 와 닿는걸 보면 나도 이제 나이 들어가나보다. 세상은 2018년이라도 떠드는데 별 감흥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