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무수첩

담임 교사들의 단체 출장

사회선생 2015. 7. 9. 15:30

고3 담임 교사들에게 고대 세종 캠퍼스에 다녀오라고 명이 떨어졌다. 아마도 학교에서는 교사들도 직접 가서 보면 캠퍼스에 대한 편견이 깨지고 학생들을 캠퍼스에라도 많이 보낼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나보다. 그러나 설사 그렇다 치더라도 특정 대학에 3학년 담임을 '모두' 보내는 것은 이리 저리 모양새가 좋지 않다. 고대 세종 입장에서는 찾아다니며 입시설명회를 해도 시원찮을 판에 한 학교의 고3 담임들 전체가 자진(?)해서 충청도까지 방문한다니 반가운 일이었겠지만, 과연 그렇게까지 특정 학교로 학생 몰이를 위해 출장까지 모두 보냈어야 했나 싶다. 그리고 의도한대로 실속(?)이 있을까?  

학교 입장에서야 이제 연대나 고대 본교에 보낼만한 인재들이 점점 사라지고 있으니 - 우리 학교 탓이라고 할 수 없다. 고교 서열화 탓이지 - 캠퍼스에라도 보내서 명맥을 유지하고 싶겠지만 교사들로서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교사들이 캠퍼스에 대해 가지고 있는 편견때문이 아니다. 교사들도 어차피 서울의 좋은 곳에 가지 못할 바에는 연대나 고대의 지방 캠퍼스가 더 나을 수 있다는 사실을 모르지 않는다. 비교적 재정도 튼튼한 대학들이고 네임 밸류도 있고, 시설도 훌륭하고, 각종 학생을 위한 복지 혜택 등도 있으니 말이다.

사실 지방 캠퍼스가 외면받는 이유는 교사들이 안 보내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이 안 가는 탓이다. 나도 작년에 입시 면담을 해 보았지만 대부분의 학생들은 - 확실히 남학교와 다른 면 중의 하나인데, 여학생의 경우에는 특히 더 그렇다. - 아무리 이름이 있다고 해도 지방 대학에 가느니 전문대 가겠다는 학생들이 대부분이다. 경제적으로도 여유가 없는 경우에는 학부모까지 가세하여 더한데, 학비에 생활비까지 대면서 굳이 지방 캠퍼스에 보내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간혹 거기라도 가고 싶어하는 경우에는 점수가 안 돼서 못 가고...

상황이 이럴진대 굳이 교사들을 특정 대학 캠퍼스에 모두 보낼 필요가 있었는지... 한 두 시간 움직이는 서울권도 아니고 충청도까지...    



'교무수첩' 카테고리의 다른 글

빈민 체험관이라니  (0) 2015.07.14
논술 경시 대회를 하고   (0) 2015.07.13
시험문제에 대해 질문있어요  (0) 2015.07.06
이중언어반과 자사고   (0) 2015.06.26
인쇄기계 말고 '좋은' 인쇄실  (0) 2015.06.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