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들이 수능 감독 못 하겠다고 한다며 여러 인터넷 기사에서 교사를 이기적인 집단으로 몰아가는 듯 하다. 실제로 공립학교에서는 수능 감독 안 나가려고 진단서 제출하는 사람들이 꽤 많단다. 교육청 매뉴얼에서는 그런 사람이 많아지자 종합병원 진단서에 한한다고 못을 박아 놓을 정도이다. 수능 감독 못하겠다는 교사들의 태도를 감독 해 보지 않은 사람들은 이해하기 힘들다. '아니, 시험지 나눠주고 가만히 서 있으면 되는데, 그게 하기 싫다고? 심지어 수당까지 주는 데에도 안 한다고? 아주 철밥통으로도 모자라 배들이 불러 터져서... 다 관두라고 그래!'
교사들이 수능 감독을 하기 싫은 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예측 불허의 민원 발생 시, 교사 개인이 져야 하는 책임이 무한대이기 때문이다. 담임 하기 싫은 이유와 매우 비슷하다. 학생들의 인권 의식이 매우 신장했고, 욕구도 다양해졌다. 학생은 철저히 개인주의화돼 있어서 모든 주변인들과 조직이 자신에게 맞춰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예민한 시험인, 수능 시험 - 오죽하면 비행기 뜨고 내리는 시간도 통제하는 - 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학생들은 개개인의 주관적인 가치 기준에 감독 교사가 일일이 맞춰서 자신에게 맞는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교육청에서는 학생 민원 안 들어오게 '잘' 하고, '못'하면 책임은 네가 지란다.
예를 들어 교사가 매뉴얼대로 부정행위라고 판단하여 학생을 잡았다. 해당 학생은 아니라며 소송을 걸었다. 소송의 결과가 어쨌든 교사는 1년 여 동안 법정 불러다니며 힘들게 싸워야 한다. 그 뿐 아니다. 시험 감독 중, 움직이면 움직인다고, 서 있으면 서 있다고, 재채기 했다고, 코 훌쩍였다고, 자는 학생 깨우면 깨웠다고, 안 깨우면 안 깨웠다고, 교실이 더웠다고, 교실이 추웠다고, 교실이 시끄러웠다고... 교사가 자신의 욕구대로 해 주지 않았다면서 소송이다. 개별 학생의 욕구를 어떻게 교사가 알고 일일이 맞추는가? 그리고 소송에서 실제로 이해하기 힘든 - 교사가 자는 자신을 깨우지 않아서 시험을 못 봤다고 손해배상청구소송을 했는데 학생이 승소했다. - 결과가 나온다. 내가 소송 당사자가 안 된다는 보장이 없다. 누가 감독을 하려 하겠는가?
둘째, 대학입학시험은 대학에서 치르고 대학에서 감독하는 게 옳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수능은 대학입학시험이다. 졸업자격시험도 아니고, 고등학생 학력평가도 아니고, 대학입학시험이다. 그렇다면 대학에서 시험장을 제공하고 감독해야 하는게 원칙적으로 맞다. 고교 입학 시험은 고등학교에서 본다. 공무원 시험은 아무리 응시생 수가 많아도 정부에서 주관한다. 대입시험은 대학에서 주관해서 치르는 게 맞는거 아닌가? 수가 많다고, 고등학생이라고 중고등학교 교사가 해야 한다는 논리는 옳지 않다. 평가원의 수능 원서 접수 해 줄 때부터 왜 우리가 이걸 해야 하는지 늘 의아한데 - 그건 평가원에서 해야 할 일이다. - 수능 감독까지 하라니. 교사는 수능 준비를 도와주고, 확인해 줄 수는 있지만 접수와 관련된 행정 처리까지 해야 할 의무는 없다. 수능 감독 역시 마찬가지이다.
그럼 누가 하냐고? 그걸 교사들에게 물어보지 마라. 지금까지 교사들이 자신들의 업무라고 생각한 채 했다고 해서 그게 당연한 건 아니다. 아무리 교사가 철밥통이라고 해도 아닌건 아닌거지, 너희는 철밥통이니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하라는 건 교사의 인권은 제고하지 않는 무지하고 폭력적인 처사이다. 가장 동원하기 쉬운 직업군이 공무원과 교사라고 생각하는 것도 이제 시대착오적인 발상이다. 이젠 교사들도 동원에 투덜거릴 정도만큼은 인권 의식이 성장했다. 이기적이라고? 내 권리 아무도 안 챙겨주고 사고만 발생하면 사지로 몰리는데, 나라도 챙기면서 살아야 하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