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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결과론적인 이야기지만

사회선생 2019. 10. 15. 14:33

조국이 결국 사퇴했다. 검찰 수사 과정에서 빼박 증거가 나와 피할 수 없는 선택이었는지, 반대 여론을 의식한 정당 차원의 선택이었는지, 개인의 도의적인 선택이었는지 알 수는 없다. 하지만 결과만 놓고 보자면 어차피 이럴게 될 거, 처음부터 깔끔하게 장관직 후보 사퇴를 했으면 좋았을거라는 아쉬움이 있다. 처음에 장관직을 거부했다면 그의 인기나 정당 및 대통령의 지지율은 별로 큰 타격을 받지 않았을거고, 온갖 가짜 뉴스와 흑색 선전이 난무하여 국민을 피로하게 하지도 않았을거고, 그 역시 사돈의 팔촌의 통장 내역까지 탈탈 털리는 험한 꼴도 안 당했을거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그의 도덕적 결함이 드러나지 않은 채 다음 총선, 더 나아가 대선을 노려볼 수도 있었을거다.  

장관은 청문회를 거쳐야 한다. 그리고 청문회가 우리나라에서는 전문성 검증의 장이 아니라 전방위적인 정치적 싸움터이다. 털어서 먼지 하나 안 나는 사람이 없고, 어차피 너나 나나 쟤나 딱 가진 만큼 기득권을 최대한 당겨서 누리며 살아왔지만 그 순간 만큼은 철저히 내로남불이 된다. '합법적인' 공격 대상이 확실하게 정해져 있는 데다가 내로남불이라고 해서 지적이 모두 틀린 것은 아니기 때문에 청문회는 잘 해야 본전이며 밑천 다 드러나는 별로 얻을 게 없는 게임이다. 장관하겠다고 나섰다가 정치에서 손을 떼게 되는 수도 생긴다. 그래서 혹자는 조국을 정치적으로 낙마시키려는 여당 내 정적들의 작전이 아니었냐는 음모론을 제기하기도 한다. 탈탈 털려서 온전히 살아 남을 수 있는 기득권 계층은 매우 드물기 때문이다. 가진 게 없는 사람은 별로 털어도 나올 게 없는데, 가진 게 많은 사람은 먼지도 많이 나올 수밖에 없지 않은가.

정치적 아쉬움이 남았다면, 총선 때에 나와서 국회의원으로 자리 매김하면 됐다. 그는 인지도도 높고, 인기도 있고, 국회의원 후보야 청문회 과정도 거칠 필요 없는 데다가 선거에서는 집중적으로 공격받을 일도 없으니 국회의원은 따 놓은 당상일게다. 선거 때에는 상대방 후보도 다 비슷한 -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어차피 기득권층이 누릴 수 있는 것을 일부러 포기하면서 사는 사람은 없다 - 도덕적 흠결이 있을테니 죽자고 공격도 못 한다. 어쨌든 총선에서 국회의원 되고, 거기에서 입지 좀 다진 후에 대선을 넘보면 지금처럼 험한 꼴 안 당하면서  정치적 목적을 달성할 수 있었고, 정당의 입장에서도 나름대로 브레인 역할을 하는 인재를 잃는 우를 범하지는 않았을거다. 

물론 앞으로 또 어떤 변수가 생겨서 그가 다시 정치적으로 다시 우뚝 설지 어떨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어쨌든 그의 편이든 아니든 모든 사람들을 너무 힘들게 했다. 모두가 힘든 싸움이라면 일단 피해야 했다. 굳이 결과만 놓고 보자면.... 하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