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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사태를 보며

사회선생 2019. 8. 26. 10:48

우리에게 진보와 보수는 없다. 기득권과 비기득권 계층이 있을 뿐이다. 조국 사태를 보면서 친구들과 나눈 이야기의 결론이다. 어차피 여당과 야당과 권력다툼의 전장에서 서로 상대의 약점을 잡기 위해 혈안이 돼 있을 뿐 그들에게 정치적 이념은 자신들의 이익을 감싼 포장지에 불과하다. 포장지가 아무리 그럴듯해 보여도 뜯어보면 내용물은 똑같은....

'조국은 잘못한 게 없다.' 조국을 비롯한 민주 진영이나 조국 팬덤들은 그렇게 말 할거다. 위법은 아니니 틀린 말은 아니다. 그는 대부분의 기득권 계층이 그렇듯이 제도권 안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합법적인 방법을 총동원해 학벌, 직업, 재산 등의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했을 뿐이다. 아니 어쩌면 노력도 하지 않았을거다. "우리 애 의대 보내고 싶은데, 외고 다니잖아. 걱정이야." 그 정도만 던지면 의대 교수인 친구는 "나한테 보내. 내가 논문 저자로 넣어줄게." 할거다. 그들 사이에 직접적인 거래는 없다. 그냥 언제 어떻게 서로 필요하게 될 지 모르는 그들만의 네트워크만 있을 뿐이다. 조국이나 조국의 아내나 조국의 딸이나 그 의대 교수는 억울해할거다. 그냥 선의로 한건데 왜 자꾸 문제 삼냐고... 근데....그런 네트워크를 그렇게 써 먹는것 자체가 부도덕이다. 김성태는 뭐 KT에 우리 딸 뽑아 달라고 간청했을까? 아는 바 없지만 그냥 KT 사장 만나는 자리에서 딸 걱정한답시고 한 마디 했을거다. "내 딸이 KT에 응시했는데... 참 걱정입니다. 취직도 안 되고... " 뭐가 다를까? 그들은 이미 그들만의 네트워크가 너무 공고하기 때문에 그들이 하는 청탁이 그저 애비 에미로서 하소연이었을 뿐, 일상 대화였을 뿐, 부탁한 적은 없다고 말하며 억울함을 호소할거다. 도덕적인 선택이란 그들에게 애시당초 불가능할지 모른다.

실력은 안 되고, 의사나 판검사는 만들어야겠고, 어떻게든 로스쿨이나 의전원을 보내야겠는데... 그럼 나이도 어린게 유리하고, 의대 논문도 있으면 유리하고.... 주민등록번호를 바꾸는 소송을 해서 승소하고, 이리저리 의대 교수 친구 동원해 고등학생이 의대 논문 쓰고... 변호사 친구와 의사 친구에게 한 마디 했더니 그들이 해결책을 제시해 줬는데, 거절할 인간이 과연 몇이나 있을까? 비단 자식 문제에 국한됐을까? 세금은? 투자는? 투기는? 전방위적이었다고 추측한다. 절대로 위법은 아니다. 지저분하게 위법으로 이름 오르 내리면 모양 빠지지 않겠는가?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국은 욕 먹어 싸다. 일단 그의 이런 행동이 과거에 해 온 그의 말들과 모순되기 때문이다. 금수저만 살기 좋은 세상은 부정의하다며 세상을 개혁해야 한다고 대중을 선동했던 그가, 금수저가 누릴 수 있는 모든 혜택을 악착같이 찾아 먹으며 - 보통의 평범한 사람들은 생각도 못하는 - 계층을 유지하려고 했기 때문이다. 또 하나, 자신의 문제가 무엇인지 모른채 - 어떻게 그렇게 자기 성찰이 부족한지 참 이해하기 힘들다 - 적폐 청산을 위해 사법부 개혁한답시고 법무부 장관은 반드시 해야 한다며 욕심내고 있기 때문이다.

조국이 말했던 정의가 별거 아닌것 같다며 많은 국민들은 이제 됐다 장관은 그만 둬라 하는데, 그는 자기가 조금 부족한 점은 있지만 그래도 장관은 해야겠단다, 자기 아니면 적폐 청산 못 한단다. 나 아니면 안 된다는 말도 그 동안 수 많은 별 볼일 없었던 정치가들에게 참 많이 들어본 말 같다. 도대체 무슨 근거로?

자신도 지키기 힘들었던 '정의'를 힘없는 다른 사람에게만 강요하는 정치 개혁이라면 그런 사람에게 맡기도 싶지 않다. 그게 어떻게 정의인가? 그리고 늘 정치 지도자를 꿈꾸는 자들에게 '불법'은 아니었다는 변명도 듣고 싶지 않다. 불법은 감옥 가야 할 일이다. 우리는 언제까지 범죄자만 아니면 된다는 기준으로 정지 지도자를 뽑을 생각인가? 그리고 언제까지 진영 논리에만 빠져서 나라를 혼란에 빠뜨릴 셈인가?

p.s. 최근 신문 기사에서 보니 김성태는 청탁 압력을 넣었다고 한다. 그는 이렇다할 네트워크가 없는 인간인가보다. 알아서 서로 서로 봐 주는 네트워크가 진짠데 그는 무식하게도 사장에게 직접 청탁을 했다니... 하수 중의 하수이며 별볼일 없는 권력일 수도 있다. 진짜 권력이라면 말하기 전에 알아서 긴다. 김성태는 함량미달의 별 볼 일 없는, 그런데 권력은 가지고 그것에 도취돼 무엇이라도 할 수 있다고 여기는 하수였다. 때로는 무대뽀의 무식한 전사가 정치에서 필요할 때도 있다더니 그런가보다.



https://www.hankyung.com/society/article/201909049024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