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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의 원인이 무엇일까?

사회선생 2018. 11. 14. 11:30

오늘 교실을 수능 시험장으로 꾸미기 위해 교실을 청소하고, 뒤 게시판을 하얀 종이로 덮는 작업을 했다. 하얀 종이 석 장이면 가운데 뒤 게시판의 세계 지도를 덮을 수 있다. 늘 그렇게 해 왔기 때문에 새로울 것도 없었다.그런데 학생들이 달라졌다. 내가 선택한 학생들만 달랐는지, 아니면 전반적으로 학생들이 달라졌는지는 나도 모르겠다. 나는 후자인 것 같다.

늘 그래왔듯이 수시로 미대에 붙은 학생 두 명을 불러 석 장의 종이를 주며 이걸로 가운데 지도를 잘 가려보라고 했다. 이미 합격해서 수능에 대한 부담이 적은 학생들인데다가 미대 합격한 학생들이니 게시판 정리 정도는 쉽게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잠시 후 학생들이 와서 종이가 모자란다면 더 달라고 했다. 이상한 기분에 교실에 가 봤더니 그 세 장을 가로 세로 규칙성도 없이, 겹치도록 덕지덕지 붙여 놔서 지도가 2/3쯤만 가려진 상태였다. 세로로 잘 붙이면 충분히 덮을 수 있는 지도인데, 그 쉬운 걸 못 한 거다. 그리고 주변 학생들도 그 꼴을 보면서 아무도 알려주지 않은거다. 

게시판 앞에 가서  그 학생 두 명과 대화를 시작했다. "이 종이 세 장으로 이 지도를 완벽하게 가릴 수는 없었을까?" 물어봤다. ".... 모자라는데요." "이렇게 붙이면 세 장으로  딱 가려지잖아." "아, 그렇구나." 초등학교 저학년 산수 시간에 할 법한 이야기들을 했다. 아주 진지하게...

이건 초등학교 저학년 수준의 공간 배치 능력이다. 그냥 종이를 가로로 놓느냐, 세로로 놓느냐의 문제인데, 얘들은 하나는 가로로 하나는 세로로 겹치게 놓으니 종이가 부족했던거다. 그런데 미대에 합격한 아이들이, 심지어 한 명도 아니고 두 명이 그 생각을 못 했다니 머리를 뭔가 한 대 얻어 맞은 거 같았다. 단언컨대, 안 한게 아니라 못한거다. 의도적으로 안 할 만큼 불성실한 학생들은 아니기 때문이다. 지능의 문제일까? 문제 해결 능력이 문제일까? 분명히 문제는 문제인데 원인을 모르겠다. 앞으로 미술 공부는 어떻게 할 수 있을까? 이제 꼬리에 꼬리를 물며 그들의 장래까지 걱정하게 된다. 누군가는 그게 왜 문제냐고 할 지 모르겠다. 그런데 내가 보기에 이 정도를 스스로 해결하지 못하는건 분명히 문제이다. 그리고 더 무서운 건 그걸 보는 다수가 그렇게 하면 안 된다고 아무도 이야기해주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난 가끔 교실 상황이 섬뜩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