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출석부 정리를 하며

사회선생 2018. 9. 28. 14:36

늘 1교시 혹은 2교시에 오는 학생이 있다. 하지만 지각 횟수는 실제 지각한 횟수에 훨씬 못 미친다. 출석부 상에는 어떤 날은 지각으로 체크돼 있고, 어떤 날은 안 돼 있다. 1교시에 어떤 교사가 수업을 했느냐에 따라 다르다. 어쩌다 지각한 번 한 녀석이 볼멘 소리로 내게 말한다. 자신은 깐깐한(정상인) 선생님을 만나서 출석부에 지각 처리가 됐다면서 억울하단다.

어떤 원칙이든 억울한 학생이 등장하면 그 원칙은 없느니만 못한 원칙이다. 어쨌든 그렇다고 내가 해당 교사에게 가서 출결 체크를 정확히 해라 마라할 수는 없다. 그건 내 권한 밖의 일이다. 관리지가 할 일이지만, 사실 관리자가 아무리 말해도 항상 지키는 사람만 지킨다. 안 지킨들 그걸 어떻게 하겠는가?

교사 업무 경감 차원에서도, 학생의 책임 의식 고양 차원에서도, 그리고 이렇게 억울한 학생들 없애기 위해서라도 출결 시스템을 재정비할 때가 됐다. 출결과 관련된 행정적인 일처리는 학생과 학부모 당사자가 책임을 지도록 해야 한다. 아침에 등교하면서 아이디 카드를 스캔하고 들어오면 자동 등교 처리 되고, 늦게 오면 자동 지각 처리되도록. 그리고 결석했으면 결석 관련 서류를 학부모가 1주일 안에 만들어서 업로드 시키고, 그에 따라 병결인지 무단결인지 처리하고, 그에 대해 통계가 맞네 틀리네, 서류를 냈네 안 냈네 왈가왈부 하는 일 없도록.가끔 시스템의 결함이나 교사의 입증이 필요할 때에만 교사가 증인이 되어 도와주는 시스템으로 하면 하면 얼마나 정확하고 깔끔한가.  

출석부가 너무 지저분하기 때문에 출결 통계를 내는 것도 엄청난 일이다. 병결과 생리통결석이 다르고, 무단결석과 무단지각, 무단조퇴가 다르다. 그걸 일일이 통계를 내고 있자니 낼 때마다 통계가 달라진다. 다양한 유형의 결석, 인정결, 조퇴, 지각 등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문득 이걸 왜 통계를 내야 하는지 의문이 든다. 어차피 나이스에 통계가 다 돼 있는데...  전체 결석 수, 지각 수, 조퇴 수를 측정해 담임 역량 평가라도 하겠다는 뜻인지 원. 정말 내가 보기에는 이 통계 자료는 별로 큰 의미가 없다. 

그리고 과거에는 성실하게 등교 하도록 하는 것도 교육의 일환이며, 교사가 지도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씨도 안 먹힌다. 학생들과의 대화 내용이다.

"선생님 머리 아파요. 조퇴할래요."

"양호실 가서 약 먹고, 조금만 참아보면 안 될까?"

"왜 아픈걸 참아요?"

"개근하면 좋잖아. 생기부에 개근 기록 하나 남기고."

"상관없는데요.."

이런 학생이 어쩌다 한 명이 아니라 대다수이다. 오늘 자체 연휴에 들어간 학생들이 몇 명인지 모른다. 출결 통계를 내는 무의미한 일을 하면서 이게 도대체 누구를 위한, 무엇을 위한 일인지 회의가 들며 정말 담임 교사가 책임을 져야 할 일인지 의심스럽다. 담임 교사가 책임지고 출석부와 나이스 상의 통계를 일치시키고, 결석계도 빠짐없이 준비해서 결제 받으라고 '친절히' 책임소재를 알려주는 교무부장이 쪽지가 매일 날아온다. 이게 왜 담임교사 책임이어야 하지?